게임 공룡 EA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일렉트로닉스 아츠(Electronic Art)’가 아니라 ‘다 먹어치운다(Eat All)’라는 소리를 들었던 게임업계 포식자 EA는 디즈니의 피인수 대상자로 거론되는 등 굴욕감을 맛보고 있다. 지난 9일 EA는 북미 지역과 유럽의 매출 부진으로 예상 매출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혀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EA의 실적은 올해 미국 게임 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한 성적이다. NPD 그룹에 따르면, 미국 경기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게임업계의 매출은 10%나 늘어난 29억1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 역대 최대인 2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EA의 위기는 경쟁사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EA와 비슷한 연 5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매출의 10%를 개발비에 투자해 연간 15개의 타이틀을 내놓는다. 반면, EA는 매출의 27%를 개발에 투자해 연간 35∼50개의 타이틀을 내놓는다. EA가 물량 공세에는 앞서지만, 게임 타이틀 하나당 이익률은 훨씬 낫다. 선택과 집중이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2004년 사령탑으로 영입된 존 리치티엘로 EA CEO의 특명은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타이거우즈’ ‘제임스 본드’ 등 타이틀 이름을 얻는 데 수백만달러의 돈을 지급하는 브랜드 게임 개발 작업을 줄이고 게임 질적 향상에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시그널 힐 토드 링와드 애널리스트는 “도대체 EA는 1000만∼2000만 달러보다 적은 비용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디오 게임기 수요를 잘못 예측한 것은 결정적이었다. EA는 전략적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3’,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기반 타이틀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소비자는 값싼 닌텐도 ‘위’를 선택했다. 크리스마스 특수를 앞둔 요즘 ‘위’는 ‘X박스’와 ‘PS3’의 판매량 합계보다 2배 이상 많이 팔린다. 올초에는 인기 게임 시리즈 ‘GTA’를 퍼블리싱하는 테이크2인터랙티브를 인수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대박도 별로 없었다.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공포 게임 ‘데드 스페이스’는 기대에 못미쳤고 ‘레프트 4 데드’는 중박 수준에 그쳤다.
결국 EA는 전체 인력의 6%에 달하는 600명 해고하고 성공가능성이 작은 타이틀은 아예 출시 자체를 취소하는 등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주가 폭락으로 EA는 피인수 대상자로도 거론된다. 디즈니의 스포츠채널 ESPN이 EA의 스포츠 사업 부문의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