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미 FTA 국회 비준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런데 FTA 피해에 대한 보완 대책이니, 보상이니, 재협상이라는 말뿐이다. FTA를 해서 수출을 확대하고, 국가 이익을 증대하며, 국부를 창출하자는 얘기는 없다. 마치 우리가 국내 취약 분야의 보상을 위해서 FTA를 추진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4년 전 한·칠레 FTA 비준 시 논란을 다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FTA는 왜 추진하는가. 국가 경제의 70% 이상, 에너지의 95% 이상, 곡물의 70% 이상, 국민총소득의 9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고 사는 우리나라가 세계 무역의 절반을 넘어 주류 무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가 불리할 수도 있으므로 국민의 세금으로 보완해주고, 보상을 하는 것이다. 즉,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해 국민들의 혈세로 보상을 하면서 피해 보는 분야의 양해와 동참을 요청하는 것이지, 국민의 혈세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일등석도 삼등석도 의미가 없다.
현재의 한미 FTA에 대한 국회의 비준 논란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피해 보상만 있지 FTA의 이익과 비준 지연 시 국가 차원의 손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한미 FTA 비준 시 연간 15조2000억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또 한미 FTA 발효 시 3년간 중소기업 수출은 1조원 증대된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원산지 조건 충족으로 연간 2700억원의 관세 혜택을 받는다. 미국 수출품에 대한 물품취급 수수료는 연간 4700만달러 절감된다. 관세 철폐에 따른 수입 원자재·중간재에 대한 수입 비용 감소 효과는 총 2750억원에 달한다.
종합해 보면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적인 이익만 연간 16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보면 한미 FTA가 지연되면 그만큼의 국가적 손해가 발생한다는 말이 된다. 국회는 일부 이익집단이나, 특정 분야의 대변자가 아니라 온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가이익과 후손들의 이익, 국가의 미래도 책임져야 한다. FTA도 현재의 국가 이익뿐만 아니라 미래의 국익 차원에서도 다뤄져야 한다. FTA는 현재의 우리보다도 후손들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FTA를 하지 못한 10∼20년 후 대한민국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그때의 우리 후손들의 미래와 의원들의 노후를 생각해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혹자는 추후에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시기를 놓치면 더 어려워진다. 국제시장에 나가보라. 대한민국을 기다려주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국제 시장에서 피나는 경쟁을 해본 사람은 그런 어리석은 소리를 안 한다. ‘한국의 불행은 일본의 행복’이라고 일본 언론이 말하고 있지 않는가. 이미 아세안 시장에서 중국의 CAFTA에 밀렸고, 멕시코 시장에서는 일본과의 FTA 경쟁에서 패해서 우리 기업들이 밀려났고, 심지어 칠레에서조차 중국과 칠레와의 FTA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는 대한민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FTA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FTA 비준을 계속 미루고, 국가적 손실과 후손들의 미래를 등한시한다면 방법은 하나다. 국가와 국민에게 16조원의 막대한 손해를 끼친 국회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16조원의 구상권이라도 행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창우 한국FTA연구원장 star222@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