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내년 2월 디지털방송 전환을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시험 방송에 속속 들어갔으나 디지털 컨버터박스 보급 난항 등으로 초기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NBC·CBS·폭스 등 3개 방송사가 22일(현지시각)부터 조기 디지털방송에 들어갔으나 2만여가구가 디지털 신호를 받을 수 없어 일부 채널을 시청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준비 미흡에 대해 외신은 미 정부가 제공하는 컨버터 구매 쿠폰이 신속히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케이블·위성방송 등 유료 서비스 가입자는 디지털 전환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무료로 아날로그TV를 시청 중인 시청자들은 디지털TV나 컨버터박스를 구매해야 한다.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미 전체 가구의 7%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찌감치 40∼60달러짜리 컨버터박스 구매가 가능한 쿠폰을 보급해왔으나 예상보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예산 부족 등으로 보급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미 40달러짜리 쿠폰 1700만장이 컨버터박스로 교환됐다.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 외에도 지난주 오하이오주의 40개 방송국은 컨버터박스의 필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5분간 아날로그 신호를 중단했다. 이 시험 방송에서 컨버터박스를 확보하지 못해 TV를 시청할 수 없었던 시청자들의 전화 문의가 빗발쳐 핫라인 시스템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크리스틴 메릿 오하이오방송연합회 부사장은 “핫라인을 통해 접수된 전화가 7500건에 달했다”며 “특히 컨버터박스 구입 및 사용방법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