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교육성이 평양과학기술대학(PUST) 설립을 인가한 건 지난 2001년 5월이다. 그렇게 시작된 PUST는 현재 건립이 완공돼 곧 개교를 하게 된다. 남북한 모두 PUST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앞으로 이 대학은 남한 교수 50명, 북한교수 20명으로 교수진을 구성, 북한의 테크노크라트를 양성한다고 한다. 북한에는 PUST와 비교할 만한 종합적인 첨단과학기술대학이 없다. 북한이 자랑하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은 전기·기계·IT·광업·지질·에너지·경영 관련 학부를 갖춘 하나의 덩치 큰 공학기술대학으로 교육 및 학술연구 수준도 괜찮은 편이지만 유전자공학·생명공학·화학·상경과 같은 최첨단 공학부분이 많이 빠져 있다. 이 때문에 북한도 여러 내적인 고충에도 불구하고 PUST 설립을 승인 한 것이다. 하지만 스탠바이 상태에 들어간 PUST 교정이 언제 열릴지 아직 알 수 없다. 최근 북한에 있는 나의 제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대학에서 머리 좋기로 소문난 그는 북한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몇 번씩 1등을 한 영재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그 자신도 최근까지 새로운 꿈에 들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PUST의 첫 석사과정생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성분조사와 여러 번의 면접을 받으면서 PUST에서 공부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PUST 입학생 모집이 중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본인만 탈락했나 싶어 다른 입학예정자들에게 확인해보니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한다. 그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왜 북한은 PUST 입학생 모집을 갑자기 중단했을까. 몇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첫째는, PUST가 남쪽에서 무상 지원해 세워지는 대학이라는 점을 북한주민들이 잘 알고 있고, 그만큼 이 대학이 최고급 시설과 환경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크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PUST 첫 학생선발에 북한이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통상 공과대학 대학생 모집은 행정기관인 인민위원회 교육부 대학생모집처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PUST 입학생은 당 학교 학생을 선발하는 노동당 간부 양성과에서 맡아서 했다. 셋째는, 입학생 선발을 위한 면접에서 자본주의 국가에서 온 부르주아 교수들로부터 강의받을 때 사상적으로 해이해지지 말고, 주체적 위치에서 비판적으로 강의내용을 전수받고 필요한 것만 섭취해야 한다는 세뇌도 함께 받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오바마정부 등장에 따른 미국과의 새로운 결전을 앞두고 개성관광 중단과 개성공단사업 축소 등 극단적 행동으로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남북관계 전면중단의 이유로 표면상 북한은 이명박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기조와 전단문제를 들고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을 상대로 더 정밀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지만 북한은 PUST에 어떤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우리 상식으로 보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는 북한의 상식이 체제 유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고 복종시키기 때문이다. 비록 과학과 기술을 가르치는 강의라 할지라도 PUST 교수들이 가르치자면 자연히 그것의 사회적 응용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미국도 거론하고 한국이나 일본의 기술력과도 비교하게 된다. 하지만 북한의 주체교육에서는 자본주의사회의 기술 발전에 대해 환상을 조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이 점이 북한의 딜레마다. PUST 교문은 하루속히 열려야 하지만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지금으로서는 금물이다.
김흥광/NK지식인연대 대표·전 북한공산대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