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공개` 18년만에 최악

  2008년 미국 기업공개(IPO) 성적표가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23일 로이터는 올해 미국 IPO 자금 조달 규모는 지난해 총 463억달러에 비해 43%나 줄어든 264억달러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IPO건수도 지난해 202건의 10분의 1수준인 29건에 그쳤다.

특히 지난 3월 비자카드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79억달러의 자금을 모으면서 기업공개에 성공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올해 비자를 제외할 경우 IPO 시장은 지난 1990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비자카드의 IPO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한해 전체 IPO의 3분의 2에 달한다. 분야별로는 소매업종과 헬스케어 분야 기업의 IPO가 지난해에 비해 가장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성적은 변변치 못했다.

비자카드를 포함해 온라인대학인 그랜드캐년에듀케이션과 헬스케어기업인 카디오넷 등 총 5개 업체만이 당초 제시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다.

설사 관심을 끌며 성공적으로 기업 공개를 마쳤더라도 대다수가 큰 폭의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태양광 설비제조업체 GT솔라인터내셔널은 지난 7월 5억달러 규모의 기업 공개를 성공리에 마쳤지만 이후 주가가 82%나 빠졌다.

지난 5월 IPO를 마친 제지업체 버소페이퍼의 주가는 IPO 이후 무려 90%가 추락했으며 최근 뉴욕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경고를 받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100여개의 기업이 올해 IPO를 취소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소규모 바이오·정보기술 업체들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시큐리티즈의 더글러스 배어드 자산 부문 공동대표는 “극심한 경제 지표 변동과 공격적인 펀드 환매, 주가 하락 등이 올해 IPO 성적을 형편없게 만든 원인들”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달 그랜드캐년에듀케이션이 제시가보다 41% 높은 매매 가격으로 1억2600만달러를 모은 것을 비롯, 대형 IPO가 나타나기 시작, 내년 IPO 시장이 회복될 조짐을 보인다고 점쳤다.

UBS투자은행의 매리 앤 디그넌 자산 부문 대표는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면 투자에 대한 자신감도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