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갈 곳이 없다. 혹시 갈 곳이 생겨도 먼저 학원에 가야 한다. 성적과 입시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굴레가 됐고,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입시 지옥이라는 말이 서서히 실감나기 시작한다. 가끔은 친구들과 시간을 만들어 갈 곳을 찾아 보지만 결국은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정도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대부분이다. 지식 정보화시대가 오고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여전히 우리 청소년은 갈 곳을 찾고 할 일을 발견하느라 고민하고 있다. 오히려 IT 환경에서 새로운 역기능인 음란물, 해킹 유혹 그리고 정보격차에 의한 소외감이 팽배해지는 부작용이 만연하고 있다. 청소년을 미래의 꿈나무라 하고, 미래 지식정보 사회의 주역이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그들은 내일의 주인공으로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청소년에게 눈을 돌리고 내일의 주인공으로 대접해야 할 때가 왔다. 우선 인터넷에 청소년이 꿈과 비전을 갖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자. 많은 상업용 사이트가 있고 게임과 포털, 동호회 등에서 청소년의 인터넷 활동은 활발하지만 정작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고, 걱정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모임의 사이트는 많지 않다. 소수의 청소년 상담 코너나 자원봉사 사이트가 있기는 하지만, 700만명이 넘는 청소년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청소년 스스로 운영하고 관리하며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이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운 공간에는 국가적인 구분이나 신체적 장애의 편견, 인종의 차별이나 부와 권력에 의한 특권의식 없이 평등하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우리 청소년은 세계와 함께 이야기하는 진정한 글로벌을 배우고, 서로를 존중하는 비대면 사회의 평등을 익히며, 항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긍정을 연습하면서 내일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인터넷이 유익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너무도 다양하고 난잡한 음란물이나, 폭력물, 그리고 사행성 있는 인터넷 쓰레기 때문에 판단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이 피해를 받고 있다. 해킹의 유혹이나 호기심으로 가지 않아야 할 길을 가는 청소년도 상당수다. 인터넷 중독은 준비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아편과도 같은 피해를 주는 괴물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역기능으로부터 청소년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스스로 건전한 인터넷 문화 창달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인터넷은 비대면이라는 특성과 시·공간의 차원을 넘는 유비쿼터스적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야 하며, 청소년 스스로 이러한 신문화 형성의 주역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따라서, 지식정보 사회의 진화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인터넷 문화를 청소년 스스로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환경을 정비해 주는 것은 중요하다. 이번 기회에 나는 사회 각계가 힘을 모아 청소년이 내일의 문화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청소년 단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1907년 영국의 베이든 파월에 의해 시작된 보이스카우트처럼 IT스카우트를 창설, 미래의 주인공이 IT 강국 한국의 주도로 양성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의 자손이 2000년대에 준비한 IT 청소년 양성 덕분에 참다운 미래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정태명/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