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기업 `모험정신` 아쉽다

 벤처산업협회가 1000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이 지난해 4.2%를 기록, 대기업(2.2%)과 일반 중소기업(1.1%)보다 높았다고 한다. 흔히 벤처기업 하면 기술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것이 헛된 일이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더구나 이들 벤처기업의 R&D 비율은 2006년 3.8%에서 2007년 4.2%로 0.4%포인트 상승한 반면에 같은 기간 대기업은 0.1% 하락하고 중소기업은 제자리에 머물러 더욱 대비가 된다.

 이번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난 11월 현재 1만5000개가 넘는 벤처기업은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국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 왔다. 비록 버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미증유의 IMF 위기를 극복한 것도 벤처기업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 이제 우리 벤처기업은 다시 한번 모험정신을 앞세워 새로운 경제 도약에 기여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로 무장하는 것이 먼저 요구되고, R&D 투자를 결코 줄이거나 늦춰선 안 된다.

 기실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은 불황을 모르는 법이다.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제품이 있는데 수요처가 안 찾을 리 없다. 희망적인 것은 이번 조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32%나 됐으며 약간 미흡하다는 답변도 45%에 달했다는 것이다. 1000곳 중 700여 벤처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이거나 이에 버금가는 기술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물론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만으로는 안 된다. 시장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요즘에는 기술보다 시장이 더 중시되는 분위기다. 벤처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보더라도 기술보다는 마케팅 능력과 CEO의 자질 같은 것을 더 중요시한다.

 이번 조사에서 아쉬움도 있다. 대기업과의 협력 부분이 그것이다.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업체가 28%나 됐지만 절반 이상의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협력해본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자금·기술·인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은 무엇보다 마케팅 면에서 벤처기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우리 벤처기업의 당면 과제 중 하나가 해외시장 진출인데, 이는 대기업의 도움이 있으면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멘토링제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한다. 벤처창업 열기가 이전만 못한데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은 벤처 열기를 다시 살리는 데도 한몫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자리 창출의 보고인 벤처기업이 예전과 같은 붐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외에도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벤처 친화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요구된다.

 예컨대 미국에는 없는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나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풍토 등은 개선해야 한다. 실패는 아직 성공하지 않은 상태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실패자에게 너무 가혹하고,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 미국처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모험을 꺼릴 수밖에 없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다. 정부는 벤처기업이 다시 한번 꽃피울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고, 벤처기업 역시 이럴 때일수록 기술로 무장해 특히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