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합작사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LG-노텔이 사상 최대의 실적에도 불구,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파산 소문까지 나돌며 캐나다 노텔 본사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LG-노텔의 최대 매출원이던 무선장비 사업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텔의 수익자산 매각 대상에 LG-노텔이 포함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사상 최대 실적 ‘1조5000억원’=LG-노텔의 올해 매출은 한국 회계기준으로 1조원 이상, 북미회계기준으로는 최대 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2005년 11월 공식 출범 당시부터 흑자를 달성한 이래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며 최고의 몇 년을 보내고 있다.
노텔 본사의 입장에서도 매출의 7∼10%를 담당하며 순익을 올리는 캐시카우(Cash-cow)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LG전자도 지난 3년간 배당금 등으로 인한 투자수익이 이미 당시의 투자금액(투자 자산 평가액)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LG-노텔은 노텔의 롱텀에볼루션(LTE) 기지국 기술 중 그 백미인 물리계층(PHY) 개발을 유치해 한국 통신기술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발표한 LTE 단말 개발도 LG-노텔이 큰 역할을 했다.
이익과 기술 개발에서 기대 이상의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외풍에 의한 위기=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LG-노텔은 대내외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우선, 올해 달성한 높은 매출과 순익은 새해에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상황에 민감한 기업(엔터프라이즈) 부문의 수출 감소와 WCDMA/CDMA 등 무선사업 부문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LG―노텔 매출 효자 노릇을 담당했던 SK텔레콤과 KTF 대상의 WCDMA 장비 매출의 타격이 우려된다. 무선장비는 주장비 설치후 증설 등 부가적인 투자만 이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투자 3∼4년 후 3∼5년간은 투자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다.
또 금융 위기로 인한 주주들의 투자 축소와 광단말이나 LTE 등 차세대 사업의 매출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위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장기 성장 요건 갖춘 ‘알짜기업’=이 같은 대외적인 위기에도 불구하고, LG-노텔의 미래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탄탄한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LTE, 광단말 등에 대한 투자나 다각적인 사업개발 노력으로 인해 장기적인 성장에 대한 기본 요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또 LG-노텔의 기본적인 사업 능력을 이외의 정치적 고려사항도 LG-노텔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LTE에서 볼 수 있듯이 LG전자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와 국내 무선시장에서 차지하는 LG-노텔의 위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한국에서 무선사업을 진행하려는 다국적 통신장비 업체들이 노텔의 LG-노텔 매각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