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가 IT 수출 확대를 위해 미국 등 세계 전역 10곳의 거점을 새해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새해 IT 수출은 올해보다 더 힘들어질 터인데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수출 4000억달러, 무역규모 8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수출과 무역 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특히 2006년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한 지 불과 2년 만에 4000억달러 벽을 돌파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세계 수출 11강 가운데 중국 다음으로 가팔라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우리가 수출 4000억달러 벽을 이처럼 단기간에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개도국과 자원부국을 적극 공략한 것이 주효했지만 특히 IT 분야의 공이 크다. 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무선통신기기·컴퓨터 같은 4개 IT 제품이 10대 수출 품목에 들어가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미증유의 경기침체가 닥치면서 현재 IT 수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IT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683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선진국 경기 둔화가 본격화한 8월 이후 맥을 못추고 있다.
간판 IT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물론이고 가전·컴퓨터 등 다른 IT 품목이 판매 부진에 빠짐에 따라 8월 IT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급기야 10월 IT 수출 증가율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기가 얼마만큼 빨리 회복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대로라면 새해 IT 수출도 고전이 예상된다. 최근 한 연구기관은 새해 IT 수출을 10%에 근접한 수치로 예상했는데 너무 낙관적인 것이 아닌가 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유럽 같은 선진국 경제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우리 IT 수출도 그만큼 타격을 입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새해 경제성장도 이전과 달리 9∼10%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더구나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가까이나 되는 우리로서는 수출에 다시 한번 전력해야 할 때다. 특히 전체 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IT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번 KOTRA의 IT 거점 무역관 10곳 선정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의 해외 IT지원센터를 인수해 IT 수출 전담기구로 변신시킨 KOTRA는 그간 IT 수출 활성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
얼마 전에도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사와 모바일 벤더를 국내로 초청해 콘퍼런스와 수출상담회 등을 진행하며 국내통신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스프린트·T모바일 같은 글로벌 통신업체 관계자는 물론이고 프랑스·이탈리아 같은 한국지상파DMB에 관심 있는 나라의 관련자들이 행사장을 찾아 주목받았다. 이 외에도 KOTRA는 중화권 반도체 수출로드쇼를 기획하는 등 IT수출 업무를 전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IT 기업의 ‘수출 도우미’로 착실히 자리 매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새해 IT수출이 어느 때보다 힘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관이 힘을 합치면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이뤄낼 수도 있다. KOTRA가 이의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