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2009년 IT 기상도, 빙하기에도 희망은 있다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있습니다.”

 잘나가던 IT업계가 줄줄이 실적을 하향 조정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가시화하고 있다. 올해 실리콘밸리에는 예년처럼 화려한 송년파티도 없고 연말 성과급 잔치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얼어붙은 경기 침체 한파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새해를 앞두고 월가에서는 2009년 위기 속에서 한층 주목받는 기술 트렌드와 제품을 어김없이 조명했다. 또 새해 대형 빅딜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투자 시장은 조금씩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희소식도 전해졌다.

 ◇선택과 집중만이 살길=“정보 기술 분야에서는 내년에 몇몇 선택받은 기술만이 성공할 것입니다.” 포레스터리서치 미셸 펠리노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IT 업계 CEO와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로서의소프트웨어(SaaS)’ ‘보안 솔루션’ 등이 올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새해 만개할 채비를 마친 유망 기술이라고 예측했다.

 기업들이 IT 부문의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분위기지만 이들 기술에의 투자만은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 ‘SaaS’ 즉, 온라인 소프트웨어는 비용 절감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전히 대다수 CEO가 인터넷에 접속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꺼리고 있지만 이미 온라인 소프트웨어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10%에 이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집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를 필두로 전체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온라인 버전으로 선보인다는 로드맵을 공개한 데 이어 이 분야에 냉담했던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도 최근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를 언급하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모바일·보안, 새해에 훨훨 난다=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가능성은 올해 애플의 3G 아이폰의 성공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여기에 새해에는 ‘생산성 향상’이 중요해지면서 ‘이동 사무실’인 스마트폰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애플 아이폰이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앱 스토어’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리서치인모션(RIM)도 새해 초 이와 유사한 온라인 소프트웨어 상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1년 내내 기업들의 골칫거리였던 악성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해줄 보안 솔루션도 다시금 유망주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 미국의 주요 금융기관의 잇따른 파산으로 이를 악용한 피싱과 사이버 범죄가 판을 치면서 새해에는 기업들이 이를 방어하기 위한 예산을 한층 늘려잡을 것으로 기대됐다.

 ◇작고 실용적인 휴대기기, 인기는 계속된다=제품별로는 올해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넷북과 닌텐도 휴대형 게임기·스마트폰의 인기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신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3분기 전 세계 노트북PC 판매량이 사상 최초로 데스크톱PC를 앞지른 데는 웬만한 기능은 다 갖췄으면서도 가격이 싸고 실용적인 넷북(미니 노트북PC)의 인기가 한몫했다.

 주요 PC 업체가 올해 넷북 라인업을 강화한 가운데 ‘가격 인하보다 프리미엄급 제품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던 애플이 넷북 경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레드오션이 심화되는 악조건에서 블루오션을 창출한 것으로 평가된 닌텐도 ‘위’의 성공 신화는 닌텐도DS와 함께 불황 속 엔터테인먼트로 위안을 받으려는 소비자에게 새해에도 어필할 것으로 전망됐다.

 ◇‘빅딜’ 없어도 투자 살아난다=월가의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IT 업계의 인수합병은 상대적으로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오라클이 BEA시스템을, HP가 EDS를 합병하는 대형 M&A가 성사됐지만 새해에는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빅딜’은 좀처럼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MS와 야후의 메가톤급 합병이 인수 가격 조정 실패로 결렬된 것처럼 기업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협상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라 프라이어 골드만 삭스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바닥을 벗어나기 이전까지는 눈에 띄는 합병 건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펀드매니저와 투자자들에게 새해는 ‘상대적으로 나은’ 해가 될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로이터가 월가의 펀드매니저와 투자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위축 심리가 바닥을 쳤고 선진국에서는 최대 두 자릿수, 신흥국가에서는 최대 20%까지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 투자자인 짐 오쇼네는 “경기 침체 주기를 24개월로 가정할 때 우리는 현재 중간쯤에 와 있다”며 “이제 주식 시장의 회복에 서서히 대비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