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정보전쟁` 우주서 부활

  25일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글로나스’ 측위위성 3기가 실린 위성발사체를 우주로 쏘아올렸다.<카자흐스탄=이타르타스연합뉴스>
 25일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글로나스’ 측위위성 3기가 실린 위성발사체를 우주로 쏘아올렸다.<카자흐스탄=이타르타스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오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위성발사체가 불기둥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이 발사체엔 러시아가 제작한 ‘글로나스’ 측위위성 3기가 실려있다. 이번 위성 발사 성공으로 러시아는 총 20기의 측위위성을 보유하게 됐다.

 ‘글로나스’는 러시아가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GPS) 독점에 대항할 목적으로 야심차게 추진 중인 러시아판 GPS다.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GPS 영역 확장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러시아의 우주 장악력을 한층 강화하려는 국가차원의 전략이 숨어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러시아 현지 시스템 개발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지구 전체의 98% 가량을 커버할 수 있는 GPS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0년 예비 위성을 포함해 24기의 위성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 GPS의 대항마 ‘글로나스’=‘글로나스’는 냉전기인 1980년대 구 소련이 미사일 유도 등의 군사 목적으로 개발한 측위시스템이다. 소련 붕괴 이후인 1995년부터는 군과 민간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량됐다. 하지만 위성 수명은 3년 가량으로 짧아 지속적인 대체 위성 발사 없이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었다. 2001년 당시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시스템 재구축이 본격화됐고, 지금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중요 국책 프로젝트로 자리잡았다.

 러시아는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GPS가 유사시 신호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거나 단일 시스템에 의존하면서 생기는 불안심리를 이용해 ‘글로나스’를 홍보하고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장에서도 미국 GPS의 대항마로 육성해 GPS 독점시대에 제동을 걸겠다는 각오다.

 ◇GPS에 대적하기엔 아직 역부족=전 세계를 커버하려면 측위위성 24기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2010년 이를 완성할 계획이다. 미국처럼 국제사회에 ‘글로나스’를 무료로 개방했다. 하지만 이용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에서도 자동차 내비게이션엔 GPS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글로나스’ 단말기는 군용 1만5000대, 민간용 2만여대가 보급된 게 고작이다. 가격 경쟁력과 단말기 크기 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러시아도 시스템 보급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지난 8월엔 2010년부터 항공기와 선박, 열차 등에 ‘글로나스’ 또는 ‘글로나스’와 GPS 겸용 단말기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이후엔 적용 대상을 승용차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여름엔 러시아 정부 대표단이 베네수엘라와 쿠바를 방문해 ‘글로나스’를 판매했다. 인도 정부도 최근 들어선 ‘글로나스’에 관심을 보이는 등 세계 각국에서 글로나스에 대한 반응이 일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글로나스’ 바람을 일으키기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