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감성의 과학기술정책이 필요하다

[현장에서]감성의 과학기술정책이 필요하다

 도이미 ETRI 융합부품품질보증연구팀 연구원 domi@etri.re.kr

 

 시대의 흐름이 워낙 빠르다 보니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산학연의 역할 자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대학은 교육이라는 본연의 역할과 함께 연구 집대성을 위해 센터나 부설연구소를 세우고 있으며, 연구소는 신시장 창출을 위한 융합기술의 결정체를 이끌어내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은 차세대 먹을거리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도전의 물결 속에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한다.

 요즘은 중국 은나라 탕왕의 반명에 나오는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 日日新 又日新)’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독수리가 일흔 살까지 살기 위해 절벽 꼭대기에 올라가 먼저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으깨어 뽑은 뒤 새로 난 날카로운 부리로 발톱을 뽑아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처럼 과학기술 분야도 새로운 시도로써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연구과제를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국가과학기술 정책은 원천성, 산업성을 나누는 것이 아니고 함께 가야 하는 융합기술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구분에 대한 가중치가 불분명하고, 부처 간 전략을 조율할 수 있는 중심체의 역할이 모호하다면 기술개발의 바퀴가 어떤 요인으로 정체돼 있는지조차 파악이 어렵다.

 늘 그래왔듯이 책정된 예산을 새로운 이름으로 쓰기에 바쁘고, 흔들리는 연구정책에 과제제안서 쓰기 바쁜 것이 연구원의 하루 생활이다.

 정부는 고유영역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현실의 철저한 분석과 함께 필요하다면 풀뿌리 연구원의 의견까지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단기간 내 시장이 보이는 분야는 기업이 담당하고, 모험성은 크지만 창의적인 도전이 요구되는 연구 분야는 연구원의 역할일 것이다.

 변화의 주축에서 과학기술 경영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는 요즈음 그린IT, 에너지, 녹색환경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융합기술이라고는 하지만, 산학연에서 어떤 모습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할지는 한번쯤 더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