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2008년 자금사정 지난해보다 50% 이상 나빠져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응답기업의 50.6%가 지난해에 비해 자금사정이 악화됐으며 대출이나 어음 발행에 따른 이자 등 ‘자금조달 비용’도 지난해에 비해 6.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자금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당수(65.3%)의 기업들이 2009년 자금사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자금조달 비용’도 7.4% 가량 상승될 것으로 전망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본격화됨에 따라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혹자도산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밝히고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대출과 만기연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대금으로 받은 어음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고금리를 적용해 할인하거나 이마저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들이 현금화를 위해 사채시장까지 찾아야 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져나가면서 중소기업들의 실적감소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납품처 감산’, ‘조업단축’ 등으로 인해 수주물량이 줄어들면서 올해 중소기업들의 매출액은 평균 8.6% 감소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사정은 내년에도 지속돼 2009년 9.4% 매출감소가 예상된다”고 조사결과를 밝혔다.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중소기업들은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으며, 내년에는 금년수준보다 9.9% 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매출감소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65.7%는 ‘경기회복 시기’에 대해 빨라야 2010년 정도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상의는 “우량 중소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퇴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개선과제로 ‘긴급운영자금 지원 확대’, ‘보증부담 완화’, ‘어음할인 금리 지원’ 등을 제시했다.

먼저 보고서는 “금융권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을 통한 문제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책정된 긴급경영안정자금 규모는 6천억원으로 올해(4,313억원)보다 상당액 늘어났지만 업체당 한도가 10억 수준임을 감안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은 아직도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둘째, 중소기업의 신용보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은 자체신용으로 대출이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인데 이 경우 신용보증은 중소기업이 제도권에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마찬가지”라면서 “보증규모를 늘릴 뿐 아니라 보증이용을 원활히 하기 위해 최대 3%에 달하는 ‘보증수수료율 인하’가 필요하고 급박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을 감안해 일선 현장에서의 ‘심사기일 단축’이나 ‘제출서류 간소화’ 등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 중소기업의 어음할인 애로 해소방안도 내놨다. 보고서는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어음 할인금리를 정부가 지원해 일정 수준 보전해 어음 유통을 용이하게 해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인천시가 관내 중소기업의 금융애로 해소를 위해 어음 할인수수료를 3% 보전해 주기로 한 방안(업체당 어음취급액 1억원 이내)’이 자금난에 빠져있는 중소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의 관계자는 “최근 금융기관들이 연말을 앞두고 실적관리에 나서면서 건실한 중소기업까지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히고, “우량 중소기업의 퇴출로 더 큰 피해가 나타나기 전에 정부가 신속하게 나서 중소기업-금융기관이 이해가 상충하지 않는 정책대안을 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