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中서 남북공동 게임엔진 개발을

[통일칼럼]中서 남북공동 게임엔진 개발을

 1934년 경제공황을 휩쓸던 미국에서 실직한 보일러공이 개발한 보드게임 ‘모노폴리’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미국인에게 꿈과 희망, 즐거움을 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플레와 실직 등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미국인에게 가족과 친구의 따뜻함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7년 아시아의 외환부족으로 인한 경제위기 때,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맬 때 나타난 것이 PC방이다. 당시 PC용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역시 많은 위안을 주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암담한데 이번에는 어떤 게임이 위로해줄지 궁금하다. 분명 이 암울한 시기에 새로운 게임이 개발돼 세계인에게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다.

 게임산업은 불황일수록 빛을 발한다. 지난 16일 저녁 대한민국 게임대상 및 해외 로열티수익 10억달러 달성 기념식이 있었다. 이날 대상은 5년 주기로 큰 상을 받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었다. ‘아이온’은 11월 공개서비스 이후 동시접속자 20만명을 돌파했고, 월매출액도 50억원으로 국내 게임 흥행의 새 역사를 기록했다. 이런 대작 게임을 개발하려면 수학 및 물리엔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시장에는 엔진개발력이 부족해 해외 게임엔진이 휩쓸고 있다. 독일 크라이텍사의 ‘크라이엔진’과 미국 에픽사의 ‘언리얼 엔진’이 한국지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게임 엔진은 그래픽·물리·효과·사운드·네트워크기술·보안 등 게임개발에서 핵심적인 기술을 제공하는 게임제작 원천기술이다. 이번 대상을 수상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크라이텍 엔진을 사용했고,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은 소스 엔진, ‘리니지2, 아바, 헉슬리’ 등은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등 국내의 유명 게임 엔진은 외산 기술로 자체 개발한 국산이 전무한 실정이다.

 판매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해외엔진은 수십억원씩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게임업계 대표들은 비싼 해외 엔진을 들여와도 개발자가 활용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해외 제품을 도입하는 이유는 개발기간을 단축하자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자체 엔진으로 개발되는 게임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외산 엔진이 계속 사용되면서 스스로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개발자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도 미래를 볼 때 암울한 면이다. 이즈음 중국에서 한국게임은 중국 토종게임에 밀려 과거 90%의 시장점유율에서 30%로 떨어졌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중국은 한국 게임에 수입쿼터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게임업체들이 중국 현지에서 홀로 싸워가며 힘겹게 개척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중국 옌볜에서 중국 동포를 앞세워 현지 마케팅을 전개하면 충분히 고토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 중국 옌볜만 해도 초고속망 환경과 게임엔진 개발이 가능한 북한 개발자들을 상주시키고 있다. 북한 개발자는 대부분 지역별 제일고중학교(과학고교) 출신의 수학, 물리 영재로서 대학은 종합대학, 김책공대, 이과대학, 평양컴퓨터대의 컴퓨터학과 졸업자들이다. 한민족 젊은이들은 게임개발 능력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게임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북한은 게임 엔진을 구현하면 된다. 그리고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중국어가 가능한 중국동포들을 마케터로 활용하면 된다. 그러면 중국이라는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서의 한국은 다시 한번 위상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남북한 인재가 공동 개발한 게임 엔진은 암울한 금융위기를 벗어나게 하는 빛을 가져다줄 것이다.

최성/남서울대 컴퓨터학과 교수/sstar@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