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모리 반도체업체 엘피다가 반도체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지난 주말 알려진 엘피다와 대만 반도체 3개 업체와의 합병 추진 소식에 투자자들이 반색을 표하면서 29일 주가가 장중 한때 17%까지 폭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대항하는 ‘일-대만 반도체연합군’의 출범에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됐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엘피다가 파워칩·렉스칩·프로모스 등 대만 3개 업체와 합병 논의를 시작하면서 대만업체와의 합작회사 설립에 관한 제안서를 대만 당국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대만 정부로부터 반도체에 관한 공적 자금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엘피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 중이라고 덧붙였다.
엘피다는 최근 대만 파워칩으로부터 합작사 지분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합작 관계를 강화해 파워칩을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를 위해 엘피다는 사모펀드와 일부 제조업체로부터 500억엔(약 715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만 프로모스의 경우 미국 메모리업체인 마이크론과도 기술 제휴 협상 중이어서 엘피다 진영은 일본-대만을 넘어서 미국까지 연대하는 모양새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반도체 시장이 삼성전자 대 엘피아 진영 양대 축으로 재편되는 시나리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요쿠 이하라 리텔레 증권 사장은 “엘피다가 삼성전자에 대항하는 새로운 축을 형성한다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두 거인’으로 재편될 것이며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은 수정될 것”이라면서 “엘피다가 (연합전선을 구축한 후에)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좋은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엘피다 주가 상승 소식을 전하면서 1999년 반도체 가격 하락 이후 가장 큰 산업 구도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피다가 대만업체와 합병하게 되면 전체 D램 시장의 23.9%를 확보하게 돼 삼성전자에 이어 2위가 된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