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푸는 기술 `트리즈`

불황을 푸는 기술 `트리즈`

 불황기에는 기업의 혁신 기법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잘못된 기술 개발에 현금을 낭비하는 일이 없는 효율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30일 비즈니스위크는 GE를 필두로 인텔·삼성전자·P&G·퓨어셀에너지(FuelCell Energy) 등이 ‘트리즈(TRIZ)’라는 기법을 이용, 불황 속에 효율적인 기술 혁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스탈린 시대 탄생한 ‘트리즈’=트리즈는 ‘발명가의 문제를 푸는 이론’이라는 러시아 말의 첫 글자를 딴 약어다. 1940년대 구 소련의 엔지니어 겐리히 알츠슐러는 시베리아 수용소에 감금된다. 여기서 만난 과학자·기술자·법률학자 등과 함께 트리즈 이론을 구체적으로 정립해 나간다.

 스탈린의 서슬 퍼런 치하에서 ‘창의성’에 대한 이론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흥미롭다. 트리즈는 기술 발전이 탁월한 소수 특정인의 능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혁신을 위한 단계적인 방법을 따라가면 누구나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트리즈는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모두 쏟아내는 ‘브레인스토밍’과는 전혀 다르다. 트리즈는 과학과 수학 알고리듬에 근거해 심도 있는 문제 분석과 해법 찾기 두 과정을 거쳐야 한다.

 ◇GE는 이렇게 적용한다=트리즈는 ‘식스시그마’ ‘린(Lean)’ 등의 기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혁신에 목말라하는 기업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GE는 혁신 과정 중 1단계에서 트리즈를 사용한다. 작은 프로젝트를 이끄는 많은 팀들이 트리즈 훈련 과정에 참가해 △프로젝트 평가하기 △가능한 솔루션 찾기 △대안에 대한 위험 분석하기 △개념 설계하기에 이르는 혁신 과정을 따랐다.

 마이클 아델치크 GE 부사장은 “트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개념 설계하기(conceptual designs)’이다”라면서 “당신이 (개념 설계를) 코끼리로 시작했다면 훗날 아무리 최적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기린은 만들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GE 과학자들은 이러한 엄격한 평가 과정을 거치면 비용을 초래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고 믿는다.

 ◇틈새에서 주력 시장으로 발전 가능성=최근 트리즈 기법이 인기를 끌면서 트리즈에 전문화한 컨설팅업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GE도 ‘젠(GEN)3’라는 컨설팅업체와 함께 트리즈 혁신에 나섰다. 젠3의 직원 150명 대부분이 러시아 출신이다. 이 회사는 트리즈를 다소 변형해 전 세계 과학 전문가 네트워크 8000명을 활용해 문제의 해법을 찾는다. GE는 레이더(radar)산업의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를 개발했다.

 린 전문가인 제프리 라이커 미시간공대 교수는 트리즈를 틈새 시장을 위한 도구로 평가절하한다. 반면 아델치크 GE 부사장은 “상당한 효과가 있다”면서 “GE 70여개팀 중 382명이 트리즈 훈련을 완수했으며 90% 정도가 제품 개발 과정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스탈린 시대 탄생한 이론으로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