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희망의 불씨를 살리자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이다. 지난 일년간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내내 마음을 졸였으며 하반기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쳐 좀체 기지개를 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제기됐던 소득 3만·4만달러 달성은 지난해 2만45달러에서 올해 다시 1만달러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졌고, 시급한 일자리 창출 역시 10만개도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가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올해 전자·과학 분야는 어느 때보다 크고 작은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지난 10여년간 IT강국 코리아를 견인해온 정통부가 없어졌고, 또 지난 40여년간 존속하며 근대화와 산업화의 초석이 돼온 과기부 역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큰 아쉬움을 주었다. 대신 정통부와 방송위가 합쳐져 방통위가 출범하고 교육과 과학이 하나가 돼 교육과학기술부가 신설됐지만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 정부가 세계 7대 과학강국을 표방한 가운데 지난 4월 이소연씨가 한국인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것은 길지 않은 우리 우주 역사상 기억에 남을 만한 쾌거였다. 이로써 우리는 세계에서 36번째 유인 우주인 배출국이 됐으며 새해에는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소형위성 발사체도 쏘아 올린다. 미국·유럽 같은 우주 선진국에 비해 개발 역사가 수십년 뒤지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우주강국으로 가기 위한 주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과학 분야 못지않게 전자·통신 분야도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통신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일이 많았지만 방송·통신 융합의 총아인 IPTV가 수년간의 진통 끝에 마침내 지난 11월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것은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뒤늦게나마 다행이었다. IPTV 상용화를 일컬어 이 대통령이 “미래 효자산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방송통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정부가 IPTV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린 오션’도 올 한 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이후 부각된 그리오션은 이후 지경부·방통위·문화부·환경부 등의 부처 정책으로 이어졌으며 민간기업 참여도 잇따랐다.

 그러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녹색산업 역시 원천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져 있어 우리가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곳을 조속히 발굴, 집중 투자하는 것이 요구된다. 비록 미증유의 경제 어려움을 겪었지만 좋은 일도 적지 않았다.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해 세계시장 1위인 제품이 지난 2002년 49개에서 계속 늘어나 지난해에는 127개나 되는 것으로 최근 조사 결과 밝혀졌다. 또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디지털TV 시장인 미국에서 3년 연속 1위가 확실시되며 휴대폰, 디스플레이 같은 전통적으로 우리가 강세인 IT제품들이 여전히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새해 세계 경제는 선진국들이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등 어느 때보다 어둡고 불투명할 것이다. 하지만 어두울 때 길을 떠나야 보다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법이다. 결코 두려워 말고 어둠 속에서 길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