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포기하지 마세요!

[월요논단]포기하지 마세요!

 과거 ‘일촌대기(一寸待己)’라는 푯말이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강 인도교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다리 위에 설치했다 한다. ‘잠깐만 기다리세요’라는 뜻의 이 푯말은 생활고와 사회의 무정(無情)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한강에 투신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을 보고 실제로 마음을 바꿔서 좌절을 극복하고 다시 찾아와 감사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새삼 이 문구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현장의 상황이 간단치가 않아 보인다. 무급휴가를 떠난 근로자들로 생산현장이 비고 있다. 무급휴가는 그나마 다행이란다. 돌아올 어음을 막을 길 없어 부도를 기다리는 기업도 많다. 근로자도 경영자도 그리고 그 가족도 유난히 추운 새해를 맞고 있다.

 과거 IMF 때 직원을 5분의 1로 줄이고 은행에 사정사정해서 회생한 기업인이 재기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 회사가 어려울 때 희생을 감내해준 직원들이 일등공신이라며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모두 다시 부를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이를 실천했다. 불평이 아니라 눈물로 회사를 떠나줬던 직원들이 너무 고맙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기업인과 직원들이 얼마나 괴로웠을 것이며, 직원들에게 딸린 식구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생각해 본다.

 지난해 말 시작된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또다시 혹독한 계절을 예고하고 있다. 올 상반기가 고비고, 버티기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출기업은 주문 감소를 이겨내야 하고 어쩌면 바이어의 부도까지도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 경영자는 포기해 버리고 싶은 자포자기적 유혹이 들 수도 있다.

 희망을 보자는 말을 많이 하고 다니지만 공허하게 들리기 쉬운 요즘이어서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우리는 희망을 또다시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이 지금은 없어진 ‘일촌대기’의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라고는 하지만 되는 시장은 있게 마련이다. 중동으로 중남미로 우리 수출이 늘고 있다. 찾아보면 지역뿐만 아니라 산업과 품목에도 새로운 시장이 있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품이 대접받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어 오히려 기회를 잡는 기업과 상품이 등장할 것이다. 시장이 어렵다고 바이어가 장사를 그만두는 것도 아니다. KOTRA가 1월 중순 서울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수출상담회에 참가하려는 바이어 행렬이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한국 상품이 비싼 선진국 상품을 대체할 품질과 가격을 가졌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더 많은 시장을 노크하고, 더 많은 바이어를 만나야 한다. 불황에 팔리는 제품이 어떤 품질과 기능을 가졌는지를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 하나 욕심을 부리자면 연구개발과 마케팅 노력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는 일들이다.

 그리고 또 서로를 격려하면서 다시 한번 위기 극복을 다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 기업, 근로자 그리고 그 가족의 단합이 중요하다. 특히 경영자와 가장의 어려움이 클 것이다. 1인 5역을 감당하면서 회사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와 가족을 돌봐야 할 우리 가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맞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필요한 새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