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물경제 회복에 올인하라

 집권 2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 국정연설서 비상경제정부체제를 가동하겠으며 국정도 쇄신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마이너스 성장 예측이 나올 정도로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경제위기 조기 극복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 천명을 환영한다.

 비상경제정부 운영의 핵심은 대통령 주재 아래 경제부처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수석과 국정기획수석, 국민경제자문회의 2∼3명이 고정으로 참여하는 대책회의다. 현 경제팀의 비상 체제와 외견상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회의를 수시로 소집하고 직접 주재함으로써 정책의 혼선을 덜고 조금 더 추진력 있으며 과감한 정책 집행을 기대할 수 있겠다.

 이 대통령은 또한 녹색기술산업과 첨단융합산업, 고부가 서비스산업 등 3대 분야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신성장동력 발굴은 참여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가 출범 때부터 밝힌 국정 과제다. 취지 자체에 새로울 것은 없지만, 우리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에 주목한다. 이 대통령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원천 기술 개발과 에너지 재활용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IT강국의 장점을 살려 방송통신, 신소재와 로봇, 바이오와 식품에 이르기까지 융합 신산업을 새 성장 엔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의료, 관광, 교육, 금융 등 고부가 서비스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융합이라는 우리 산업이 가야할 방향을 잘 짚은 것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문제는 당장의 실물 경제 침체다. 경제연구소와 산업계는 실물경제가 이르면 하반기에나 침체를 벗어날 것으로 본다. 실제론 내년에나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가깝게 6개월, 멀리 1년여의 경기 침체가 이어진다면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과 신성장동력 전략이 나와도 백약이 무효다. 결국 투자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은 지금 잔뜩 움츠렸다. 비상경제정부는 기업이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정책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재정의 조기 집행 뿐만 아니라 신규 시장 창출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비상경제정부는 중소기업과 가계의 대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봤듯이 정부가 아무리 정책을 내놓고 독려해도 금융권이 돈줄을 풀지 않는 한 대출은 활성화하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도 경기 회복의 결과물이지 처음부터 만들겠다고 해 이룰 일이 아니다. 정책 우선 순위를 잘 짜야 한다는 얘기다.

 비상경제정부의 멤버는 현 경제팀이 주축이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어떤 새롭고 획기적인 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경제팀 쇄신이 어느 경제정책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는 민간의 비판을 잊지 말아야 한다.

 3대 신성장동력 분야인 녹색기술산업과 첨단융합산업, 고부가 서비스 산업엔 모두 전자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이 필수적이다. 다른 산업과 융합시켜 새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정작 전자정보통신과 과학기술 산업 육성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실물경제 활성화 정책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다. 여기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 내놓지 않으면 대통령은 내년 국정연설에 또다시 비상경제정부체제를 선언해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