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본 2009년 북한

[통일칼럼]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본 2009년 북한

 북한은 한 해 동안 추진할 대내외 정책을 매년 1월 1일 발표하는 신년 공동사설에 기초해 만든다. 북한의 모든 기관과 주민은 공동사설이 발표되면 거의 한 달에 걸쳐 이를 외우다시피 공부한다.

따라서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은 한 해 북한의 모습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그런데 2009년 공동사설은 다른 어느 해에 비해 별다른 내용이 없다. 이의 키워드는 ‘회귀와 관망’이 적당할 듯 싶다. 대내적으로 과거로 회귀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관망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고 보는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례적으로 김정일의 현지 지도 사실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김정일의 현지 지도 이야기가 전혀 언급된 바 없다. 이는 지난해 8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김정일 건강이상설로 인해 북한 사회에 많은 동요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함과 동시에 정치사상적 안정을 찾기 위해 강력한 통제가 수반될 것임을 암시한다. 다른 하나는 2012년 경제강국을 내세우고 있지만, 방법론에서는 자력갱생, 노력동원, 계획강화 등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50년대 나왔던 천리마의 ‘혁명적 대고조’ ‘강선의 봉화’ 등의 구호를 내세우기까지 하고 있다. 계획강화를 통해 북한주민과 간부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북한이 자력갱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판명된 사실이다. 생필품조차 자체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현실과 이상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북한은 다른 국가와 활발한 경제교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자력갱생하라는 것은 국가가 자존심 지키기 위해,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정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장벽을 굳게 쌓을 테니 주민들은 알아서 먹고살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노력동원 방식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서로 도와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즉 주민들 자체적으로 만들어왔던 시장을 억제하고 국영공장기업소를 형식적으로 돌리는 데 사람들을 모으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관망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예년의 사례를 보면 지난해에 있었던 조그마한 성과라도 크게 부각시키곤 했다. 그런데 북한이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적성국 교역법 및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성과를 지난해 얻어냈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문제에 대한 관망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대남 문제에서는 통일전선전술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말로는 내정 불간섭이라고 하면서 남한에 대해서는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만일 남한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북한은 어떻게 대응했을지 궁금하다. 남한사회를 흔들어서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다름아닌 북한주민들일 뿐이다. 이와 같이 올해 신년 공동사설은 북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진부하고 보수적인 색채를 드러냈음은 물론이고 더욱 진부해질 것이라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변화된 세상에 바로바로 대응하지 못하는 북한의 모습을 보면서 올해도 북한의 행동이 한반도 정세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seridys@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