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아이템이었던 미니노트북 ‘넷북’이 IT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전통적인 PC 칩 생산업체가 아닌 반도체 기업이 넷북용 프로세서를 내놓는가 하면 각종 기능을 추가한 넷북이 속속 등장하면서 스마트폰과 멀티미디어기기 자리를 넘보는 경우도 생겼다. IT기기 간 영역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넷북’ 시장 군침=넷북의 ‘창조적 파괴’는 퀄컴·프리스케일 등 반도체업체들이 포문을 열었다. 퀄컴은 듀얼 코어 프로세서 ‘스냅드래곤(SnapDragon)’을 넷북과 모바일인터넷기기(MID) 모델에 탑재시킬 계획이다.
자동차 반도체 1위 업체 프리스케일 역시 ARM 코어텍스-A8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넷북용 프로세서 ‘i.MX51’를 개발, 연내 선보인다고 밝혔다. 그래픽카드 업체인 엔비디아·TI·브로드컴 등도 넷북용 프로세서 출시를 저울질한다.
넷북에 새롭게 진입한 업체들은 리눅스와 ARM 라이선스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움직임은 ‘PC 카르텔’이라고 불리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텔’을 무너뜨릴 기세다. 특히 프리스케일은 ‘i.MX51’을 이용하면 199달러 초저가 넷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PC업계, 다기능으로 맞불=넷북에 관한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은 다기능화다. PC제조업체들은 넷북의 기능과 디자인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서작업과 인터넷 정도하는 미니노트북이 더 이상 아니다. 전화기능·내비게이션·멀티미디어 기능 등을 탑재하면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플레이어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루이스 피네다 퀄컴 부사장은 “와이파이(WiFi)나 AT&T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제품까지 등장할 전망”이라면서 “넷북과 이동통신서비스의 결합은 전통적인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유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노버가 발표한 넷북 ‘아이디어패드 S10’은 얼굴 인식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지난 6일 넷북용 프로세서를 발표한 AMD 패트 무어헤드 부사장은 “399달러 MP3를 사는 대신 저렴한 넷북을 사지 않겠냐”고 말했다. 고급형 PC만을 제조해왔던 업체들의 넷북 개발 소문도 끊이지 않는다. 소니는 프리미엄급 미니 노트북 ‘바이오 P 시리즈’를 선보이며 넷북 시장에 뛰어들었다. 8인치 LCD 모니터·무선랜·블루투스·GPS·웹캠까지 탑재됐으며 넷북 가운데 가장 가볍다. 애플 역시 이번 맥월드에선 선보이지 않았지만, ‘맥 넷북’을 내놓을 것이 유력해 보인다. ‘아이팟’을 닮은 넷북이 2009년 후반에 나온다는 소문이다.
이제 PC 제조업체들은 늘 마이너 아이템이었던 ‘태블릿PC’를 대신할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터치 스크린 넷북’이다. 인텔과 PC업체들은 300∼500달러 대 터치스크린 넷북 공동 개발에 나선다. 특히 교육용 콘텐츠를 개발해 학교를 중심으로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운용체계 ‘윈도7’은 터치에 더 최적화된 제품일 것으로 기대된다. 터치 스크린 넷북이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OLPC, “아! 넷북”=넷북이 인기를 끌면서 비영리재단인 ‘OLPC(One Laptop Per Child)’에 불똥이 튀었다. 100달러 노트북을 만들어 보급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OLPC는 경기불황으로 후원금이 줄고 대체제인 넷북이 인기를 끌면서 재단 감원에 나섰다.
올해 넷북은 명실상부한 주력 IT 아이템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포레스터 리서치는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소비자 5명 중 1명꼴로 넷북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또 IDC는 올해 넷북 출하량이 작년 두 배인 2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