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소비시장은 6R와 저절단내(低節單內)를 주목하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09년 국내 경제·사회변화의 10대 특징’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6R로 대표되는 불황 비즈니스가 올해 크게 성업할 것으로 내다봤다. 6R는 적은 비용으로 신제품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선(Reform)’, 기존 용기에 내용물을 재충전해 사용하는 ‘재충전(Refill)’, 중고장터 사업과 같은 ‘재활용(Recycling)’, 구조조정 등 미래에 대한 위기 대응을 자문하는 ‘위험관리(Risk)’, 경품이나 쿠폰 등으로 고객의 비용을 보상해 주는 ‘보상(Reward)’ 그리고 소득 감소로 인한 심리적 허탈감과 회피 욕구 증가로 로또·경마 등을 즐기는 ‘오락·도박(Roulette)’ 등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R 비즈니스 관심 고조와 관련, “정부는 국민의 수선·재충전·재활용 비즈니스 선호현상을 녹색제품의 홍보와 연계시켜 신성장 산업군 수요로 전환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IMF형 소비패턴도 올해 소비의 특징으로 꼽았다. 경기 불황에 의한 근로소득 확충 미흡과 자산소득 감소로 가계 구매력이 저하돼 지난 외환위기 때와 같은 ‘저절단내’형 소비패턴이 재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절단내는 구매력 급감으로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소비자 구매 행동의 가장 큰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는 저가(低)형, 구매·사용 과정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개인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절약(節)형, 경제 불황과 사회 분위기 침체로 모든 계층의 소비가 부진세를 보이는 단극(單)형,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자 가정에서의 소비 활동이 증가하는 내가(內)형 소비패턴 등을 의미한다.
‘D(디플레이션) 트라우마 현상 확산’도 10대 특징에 들었다. D 트라우마는 미국발 글로벌 경기침체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포’와 ‘사회문제’로 전이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연구원은 불황에 따른 부유층과 서민층의 수입 격차로 경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사행산업이 성행하는 등을 예상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불만으로 인해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업이 ‘효율적 경영 복귀’와 ‘확장에서 생존으로 사업전략 전환’에 나설 수 있음도 거론됐다. 연구원은 경영 복귀는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고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기업 사이에 3RE(사업구조 개편·Re-Structuring, 경영시스템 재구축·Re-Engineering, 조직문화 활성화·Re-vitalization)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장형 사업 전략 대신에 불황기 매출과 이익 감소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로 사업·재무·지배구조를 견고히 하는 생존형 사업전략을 강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10대 특징으로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했던 기업이 경기 침체와 투자환경 악화로 한국으로 회귀하는 ‘해외투자 국내 귀환’, 지속적인 규제 개혁과 공공부문 혁신·감세 등으로 정부가 군살을 빼는 ‘생산적 정부’, 기후 온난화 대비 및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저탄소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나는 ‘녹색경제의 태동’ 그리고 ‘고용 빙하기 도래’와 ‘대칭적 상호주의 남북 관계 추구’ 등이 뽑혔다.
연구원은 “이들 10대 트렌드는 정부와 기업 모두에 위협이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부정적인 영향은 극복하고 기회 요인은 적극 활용해 경제 성장은 물론이고 지속발전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