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W M&A펀드 글로벌기업 성장 밑거름 돼야

 정부가 소프트웨어(SW)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수합병(M&A) 펀드를 만들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구멍가게’라는 핀잔까지 들어온 SW업체들이 이 펀드의 자양분을 흡수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당당하게 도약하기 바란다. 사실 M&A를 통한 규모의 경쟁력 확보는 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최근 복잡한 융합기술이 접목되면서 대형 SW를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분위기다.

 하나의 SW 연구개발(R&D) 비용이 10억원, 20억원을 넘어가는 게 예사인 현실이다. 매출 100억원도 안 되는 업체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국내 8000여 SW업체 가운데 95%가 100억원을 넘지 못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M&A는 피할 수 없는 생존게임이다.

 최근 M&A는 기업의 미래 성장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구글에 밀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야후 인수에 몸달아 하는가 하면 자력으로 고성장을 구가해온 삼성전자도 다방면의 M&A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글로벌 SW 기업 가운데 IBM·MS·HP·오라클 등이 이미 오래 전부터 신시장 선점을 위해 과감하게 M&A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굳이 글로벌 기업을 들지 않더라도 국내에 성공사례는 있다. 인터넷 포털 시장을 주름잡는 네이버가 만년 3등에서 1등 기업으로 올라선 것도 한게임과의 M&A가 결정적이었다.

 펀드로 비용을 조달한다 해도 M&A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게 마련이다.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성사 직전까지 갔던 M&A가 막판 불발로 끝나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목격해 왔다. 밀고 당기는 협상과정에서 감정의 골만 더 키우고 돌아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M&A는 당장의 욕심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다. 정부가 펀드까지 제공하더라도 당사자들이 멀리 보고, 대승적 합의를 이루지 못 한다면 허사다.

 M&A를 주도하는 오너들은 리더십의 한계에 직면할 수도 있다. 대부분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SW업체 직원들 가운데 창업 멤버들도 적지 않다. 오너가 결정을 내리더라도 동업자들이 반대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무리하게 M&A를 밀어붙이다 핵심 인력이 이탈이라도 한다면 M&A를 아니한만 못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그렇다고 SW업체들이 자체 생존시대를 뛰어넘어 어쩌면 글로벌 스타기업이 될 마지막 관문일지 모를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펀드에 동참할 벤처캐피털 업계도 더욱 공격적인 자세를 주문한다. 정부가 처음 결성할 SW M&A펀드는 300억∼5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예산이 1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예측되는만큼 벤처캐피털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국내 SW시장은 영세한 업체 8000여개가 아웅다웅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규모의 경쟁을 갖춘 업체가 등장하면 빠르게 시장을 이끌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도 된다. 투자에 비해 성과가 엄청날 수 있다.

 최근 지지부진했던 벤처캐피털 업계가 ‘숨은 보석’에 더욱 과감하게 베팅해 세계적인 투자회사로 동반 성장하는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처음 선보이는 SW M&A 펀드가 기축년 새해 대한민국의 또 다른 신화를 얘기하는 ‘화두’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