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미디어 관련 법안이 태풍의 눈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산업의 재편을 몰고 올지도 모를 관련 법안에 적잖은 국민의 관심과 정치권의 대립, 이해당사자들의 속셈까지 뒤섞여 진통과정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다.
그런데 현재 논의 중인 미디어 관련법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사안은 2012년 아날로그방송의 종료다. 기존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아는 국민은 매우 적다. 2013년 1월 1일, 아날로그 수신 장치만을 보유한 가정은 더 이상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막상 그 시점에 가서 TV를 시청하지 못하는 가정이 생긴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지금부터 필요한 자금을 투입하는 구체적 대책을 세우고 디지털 전환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활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아날로그 방송종료를 선언한 국가가 많다. 그런 국가들은 지금 똑같은 고민에 휩싸여 있다. 특히 올 2월 17일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는 미국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2009 지구촌 경제 10대 예측’ 중 하나로 ‘디지털TV 혼란’을 꼽고 있다. 미국은 아날로그 수상기 보유 가정에 디지털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컨버터를 보급하기 위해 쿠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이상의 시청자가 어두운 화면만 바라보며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혹독한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살펴보자. 아날로그 방송종료가 임박한 2012년은 4월 총선과 8월 런던올림픽 그리고 12월 대선이라는 굵직한 이벤트가 몰린 해다. 미디어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시기에 방송을 못 보게 되면 자칫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사회적으로 볼 때 적어도 2011년까지는 이 문제를 분명하게 매듭을 지어야만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TV방송의 디지털 전환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3년 안에 해결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산업의 모든 인프라를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아파트 밀집지역 등에 도시 난시청이 많다는 점이 큰 난제다. 현재 아날로그 방송은 지상파와 케이블TV만이 송출하고 있다. 위성방송이나 IPTV, DMB는 처음부터 디지털 방송을 송출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 케이블TV는 전국적으로 94.6%의 디지털방송망을 구축해 이미 거의 완벽한 수준의 난시청해소 시스템을 갖춰놓았다. 셋톱박스만 공급하면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진 것이다. 문제는 지상파의 난시청이다. 지상파 방송 쪽에서는 자체시스템 디지털화, HD 콘텐츠 제작비용 증가, 난시청 해소 등의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면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의 방송사 재정능력으로 볼 때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지상파의 아날로그 종료를 지상파방송사만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국가적 현안과제로 격상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케이블TV는 아날로그 방송시절 담당해왔던 지상파의 난시청 해소 역할을 디지털 방송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상태다. 또 케이블TV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방송의 올바른 전환을 위한 대국민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와 지상파방송사 그리고 케이블TV사업자 간에 마음을 열고 큰 안목으로 해결점을 찾는다면 어려운 난관은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유세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rsj@kc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