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게임·음반 등과 같은 문화콘텐츠 산업은 인터넷의 확산과 IT산업의 비약적인 발달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원소스 멀티유스라는 속성상 제조업, 방송통신업, 관광업 등 타 산업의 동반성장을 촉진하며 연쇄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숨어 있는 ‘디지털 장인’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난해 365일 중 364일을 일했어요. 게임을 개발하면 모든 삶을 이곳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딱히 취미라 할 것도 없는 걸 보니 게임 개발이 제일 재미있어요.”
김대일(29) NHN게임즈 PD는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순수한 개발자다. 김 PD는 2000년 액션 MMORPG ‘릴 온라인’ 개발은 물론 NHN게임즈의 히트작 ‘R2’의 개발 주역이다. 지금은 NHN게임즈의 차기작인 ‘C9’을 총지휘하고 있다.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지만 그는 10년간 게임 산업과 함께 성장한 게임 개발자들의 우상이다.
2000년 대학 2학년이던 그는 가마소프트에 입사하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더 이상 학교에서 배우는 갖가지 프로그래밍 언어보다 게임 개발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다른 학생들이 C언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이미 게임 엔진을 개발했다. 그렇게 정규 교육을 떠나 그는 치열한 게임 산업계로 뛰어들었다.
“학업을 포기한 걸 후회하진 않아요.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어린 나이부터 할 수 있는 것도 복인 걸요. 하지만, 대학수학 중 미·적분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건 후회가 돼요.”
게임 개발을 총괄하면서 그는 말로 할 수 없는 과정을 수치화해 놓은 것들을 보며 미·적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김 PD는 가마소프트에서 ‘릴 온라인’을 개발한 후 NHN게임즈로 자리를 옮긴 후 ‘아크로드’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그는 ‘R2’의 기획부터 개발을 총지휘하며 날개를 달았다.
“R2는 아크로드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개발 기획을 했어요. 아크로드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이었다면 R2는 최소한의 투자와 인력을 투자한 저예산 게임이었어요.”
그는 평균 개발 인력 15∼20명 내외의 팀으로 R2를 개발했고 흥행에 성공했다. 인력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지만 그는 동료와 함께 고민하고 개발하면서 난관을 이겨내고 과정을 즐겼다.
지금도 그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는 “백발이 성성한 개발자가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며 “그런 아름다운 광경을 본인이 꼭 연출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닌텐도의 ‘슈퍼마리오’를 개발한 미야모토 시게루를 존경한다는 김 PD는 “게임의 성공은 장르와 관계없이 재미있어야 하고, 안정성과 완성도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며 “후배 개발자들에게 장르에 따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