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야후를 구원할 투수로 캐롤 바츠 전 오토데스크 회장(60)이 낙점됐다.
바츠 전 회장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설계소프트웨어 오토데스크 사장·회장을 겸직하면서 이 회사 매출을 3억5000만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렸다.
바츠 야후 CEO 내정자는 시스코와 인텔 이사회에서 각각 제리 양 야후 CEO과 수전 데커 야후 사장과 같이 활동했던 인연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각에선 바츠 CEO 선임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바츠 내정자가 선마이크로시스템스·디지털이큅먼트·3M 등에서 근무하고 시스코시스템스와 인텔, 넷앱 등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대부분 SW업계와 HW업계에 집중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인터넷, 미디어나 광고, 소비자 마케팅 분야에선 경력이 전무하다.
일단 야후 이사회는 새 CEO를 고르는 데 ‘혈기’보다는 ‘경험’을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17년이라는 오랜 CEO 경력과 IT업계 이사회 활동에서 보여준 바츠 CEO의 ‘노련미’를 높이 산 것이다.
세계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기보다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한 내부 역량을 다질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나아가 야후의 운명을 인수합병(M&A)이나 일부 사업 매각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제리 양 야후 CEO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 협상 실패, AOL와의 합병 지지부진 등으로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MS가 인터넷 기업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MS의 야후 인수는 올해도 IT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바츠가 야후 CEO로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린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츠가 올해 나이 60에 이르는 만큼 경험은 풍부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좋은 거래(good deal)’를 성사시킬 수 있다면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로이 보스톡 야후 회장은 “캐롤 바츠 내정자는 야후 이사회가 찾았던 관록있는 IT 임원과 노련한 지도자의 조합”이라면서 “그는 탁월한 직원 관리와 인력 관리로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전 데커 야후 사장은 조만간 사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