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암울하다. 꽉 막힌 남북문제의 높은 파고를 어찌 넘을지 정말 걱정스럽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한 정부에 대해 ‘파쇼독재’ 운운하며 맹비난했다. 우리 정부는 막연한 기다림의 전략을 지속할 태세다.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대북 협력 메시지를 전하고는 있지만 6·15 및 10·4 선언 이행계획이 빠져 있어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게 뻔하다.
이렇듯 남북이 자신의 주장만 고집해서는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악화시킬 뿐이다. 지난 1년 사이 발생한 당국 간 대화 단절, 개성공단 출입제한 조치, 금강산 및 개성관광 중단 같은 사건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남북경색이 남북 모두에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이다. 남북 간 긴장과 갈등이 고조될수록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가 역량은 흐트러져 남북한 경제 모두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현재의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서라도 남북이 서로 손잡고 새로운 남북관계 틀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남북IT협력이 그 촉매제가 될 수 있다. IT 분야는 체제 부담이 덜하고 양측의 협력이 긴요하며, 적은 비용으로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남북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001년 ‘신사고’ 제창 이후 정보산업과 과학기술산업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주창하는 ‘단번 도약’의 1순위 산업이 바로 IT다. 그런데 북에는 SW 프로그램 개발 인력만도 3만명 정도 양성돼 있지만, 딱히 일할 곳이 없다. 반면에 남한에서는 IT인력 부족으로 인도, 중국, 베트남 등으로 해외용역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IT산업은 부존자원이 부족하지만 우수한 인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남북으로서는 가장 적합한 경제협력모델이다. 남한의 선진화된 IT와 북한이 가진 양질의 IT인력을 활용한다면 세계적인 IT강국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다행히 남북IT 분야에서 간간이 반가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평양에서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가 개통되면서 휴대폰 관련 사업을 남측 기업에 제안하는 횟수가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또 평양과기대 개교와 남북 IT교류협력 투자시찰 목적의 대규모 방북도 예정돼 있다. 이들을 남북 IT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발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IT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고품격 전략들이 나와야 한다. 우선 남북 IT협력 스타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육성하자. 남북 IT협력의 시너지 효과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경협성공 모델을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다. 세계 시장을 누빌 수 있는 남북IT ‘히든 챔피언’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둘째, 남북 IT협력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력양성 사업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북이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매년 2000여명 이상의 유학생을 해외로 파견하고 있는 IT교육프로그램을 우리 정부가 적극 지원,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남북 IT관련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전략물자 반출 제한이 대폭 완화돼야 하고, 인터넷 통신 연결이 시급하다. 인적 물적 왕래가 용이하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한다. 넷째, 남북접경지역을 활용해 세계적인 남북IT협력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경기나 강원도 북부 접경지역에 통일IT협력단지를 조성하고 평양과 서울 수도권을 연계한 삼각IT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달군 쇠가 단단해지는 것처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남북경제의 희망을 찾는 노력을 보다 기울이자. 남북경협 분야에서도 녹색뉴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chobh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