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의 통신장비업체인 노텔네트웍스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노텔과 LG전자가 합작 설립한 ‘LG-노텔’의 지배 구조에 변화가 있을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LG-노텔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텔의 파산보호신청으로 인해 LG-노텔의 사업적인 타격은 미미하겠지만 노텔의 보유지분 매각 가능성 등으로 인한 지배구조 변화 여부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LG-노텔 사업 타격은 ‘미미’=LG-노텔은 2005년 11월 출범 이후 줄곧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2007년에 9500억원, 영업이익 182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지난해도 한국 회계기준으로 1조원 이상, 북미회계기준으로는 최대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노텔 파산보호신청으로 LG-노텔의 타격은 미미할 전망이다.
현재 LG-노텔이 판매하는 노텔 제품의 비중은 10% 미만이다. 이미 지난 2006년 3세대 이동통신시스템 부문인 ‘UMTS사업부’를 알카텔-루슨트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LG-노텔의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이 부분은 국내에서도 이미 알카텔-루슨트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텔의 파산보호신청으로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입는 피해도 거의 없을 전망이다.
◇LG-노텔에 ‘전화위복(?)’=국내 합작사인 LG-노텔의 지분구조는 노텔이 2주를 더 갖고 있는 ‘노텔 50%+1주, LG전자 50%-1주’의 형태다. 운영은 LG전자에서 하고 있지만, 경영권을 노텔이 갖고 있는 구조다.
이번 사태는 LG-노텔에게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우량한 전략적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합작 계약서에 LG-노텔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물론 우선 매입권은 LG전자 측에 있다. LG전자가 아닌 제3자가 노텔의 LG노텔 지분을 매입한다 하더라도 LG전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나아가 LG전자가 매각 대상을 지정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노텔이 LG-노텔 매각 의사가 없다는 점을 공언하고 있지만 LG전자가 노텔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거나 더 우량한 전략적 파트너에 넘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미국의 파산법이 우선할지, LG전자와 노텔 당사자 간의 계약이 우선할지에 대한 법적 해석의 여지는 남아 있다.
파산법이 우선한다면 노텔 경영진의 의사에 따라 LG전자나 LG-노텔이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될 수도 있다.
◇파산보호 신청한 노텔…‘회생은 부정적’=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캐나다 토론토 소재의 노텔네트웍스는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물론 이번 조치로 노텔이 바로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
파산보호 신청은 파산 신청과는 다르다. 회사를 살려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 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면서 회사 회생작업을 할 수 있다. 단 중요한 사업결정은 파산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구조조정도 하고 우량자산을 인수할 대상을 찾을 수도 있다. 물론 회생에 실패하면 결국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회생 가능성은 부정적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부채가 63억달러에 달하고, 2011년에 만기가 되는 채무는 10억달러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약 25억달러 규모. 파산보호 신청으로 채무가 동결되면 향후 2∼3년간은 버틸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파산할 수도 있는 노텔의 장비를 구입할 통신사업자가 없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회생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사업부문을 분할, 매각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진로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LG-노텔 측은 “노텔 본사와 유럽 등의 몇몇 자회사에 대한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LG-노텔은 이 같은 조치에서 제외됐다”며 “긴급회의를 갖고 상황을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은 어떤 구체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