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사정이 심상치 않다. 주위를 둘러보면 휴·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가장을 손쉽게 볼 수 있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들었던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적지 않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지난해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 수가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전체 고용인구가 전년 동월 대비 1만2000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3년 10월(-8만6000명) 이후 5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9월 이전 20만명대의 증가폭을 유지했지만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된 10월 9만7000명, 11월 7만8000명으로 축소되더니 결국 마이너스로 이어졌다. 정부가 예산 조기 집행을 더욱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개최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당장 눈앞에 시급한 것은 가장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라며 “조기에 예산을 집행해 일용직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기 집행의 실천을 강조했다.
정부 발걸음도 빨라졌다. 정부는 1월 1일자로 1분기 예산인 108조8000억원(연간 예산의 43.9%)에 대한 배정을 완료했다. 지난 7일에는 향후 4년간 50조원을 투입, 96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녹색뉴딜’을 발표하고, 이주엔 향후 10년간 수십조원을 투입, 352만개 일자리를 만드는 신성장동력 17개 품목도 확정했다. 논란을 빚는 경인 운하 추진도 발표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여전히 아우성이다. 예산 조기 집행방침이 수립됐음에도 여러 절차를 거치다 보면 예정보다 늦춰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도 일부 공무원이 예산 조기 집행에 나섰다가 법을 어겼다는 감사를 받아 곤욕을 치른 아픈 경험도 있다. 면책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도 이날 이러한 뜻을 밝혔지만 일 열심히 하려는 공무원의 불안감을 더 덜어줘야 한다.
효율적인 예산 집행도 요구된다. 한꺼번에 많은 예산을 집행하다 보면 중복에 따른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통합관리를 하고 부처 간 협의체를 만든다니 다행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산을 정말 ‘효과 있는 곳’에 쓰는지다.
정부는 긴박한 경제상 이유를 들어 ‘녹색뉴딜’ ‘신성장동력’ 등을 매우 짧은 기간에 기획했다. 보통 수백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거치는 타당성 검증을 했는지 의문이다. 공청회와 같은 절차도 무시됐다. 상당수가 토목 관련이어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도 이해 못할 건 아니나 그렇기 때문에 사후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투자에 비해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성과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성과보고도 수시로 해야 한다. 당초 목표에 못 미치는 사업을 포기하는 게 맞다.
정부는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국민과 기업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을 투입한다. 적자재정을 편성하고, 미래 예산까지 앞당겨 쓴다. 결국 그 짐은 기업과 국민의 몫이다. 늦었지만 사후 공청회를 통해 국민과 기업의 지혜를 모아 더욱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