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의 과제

 새 삼성을 이끌 수장들 면면이 드러났다. 삼성은 사장단 45명 가운데 승진 14명을 포함한 25명을 교체하거나 이동하는 대규모 인사를 실시했다. ‘세대 교체’를 목적으로 사장단을 뿌리부터 뒤흔든 것은 97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은 그만큼 지금을 최대 위기로 보고 있다. 미국발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와 맞물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실적마저 흔들리면서 강도 높은 처방이 필요하다는 외부 요인이 작용했다.

 특검 이후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면서 삼성은 계열사 독립 경영을 모토로 ‘창조’와 ‘자율’을 강조했다. 하지만 쉽게 체질이 바뀌지 않아 내부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 안팎에서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대규모 인사는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삼성 인사 배경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크게 경영효율 제고와 사업체질 개선이다.

 먼저 경영을 일신하겠다는 것은 기업 하부 시스템을 ‘180도’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을 필두로 삼성전자 감사팀장을 맡은 윤주화 사장, 최외홍 삼성벤처투자 사장, 최주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 모두 경영혁신 분야에서 확실한 ‘주특기’를 인정받은 인물이다. 경영혁신과 관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 삼성의 프로세스를 누구보다도 정확히 꿰차고 있다. 그러니 프로세스 측면에서 삼성의 강점과 약점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이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삼성은 인사에 못지 않는 파격적인 조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사업체질 개선이다. 2000년대 이후 삼성은 매년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며 고속 성장을 해 왔다. 한국에는 ‘삼성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외신에서 심심찮게 흘러 나올 정도로 삼성은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매년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외부 변수도 크지만 내부 사업과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만 놓고 보더라도 흑자 내는 사업이 드물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과거 한, 두 가지 사업이 힘들더라도 이를 다른 곳에서 보충했는데 지금은 해답이 없다. 모든 사업부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삼성이 이번 조직 개편에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두 개 부문으로 과감하게 나눈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개로 이원화해 시너지를 높이고 슬림화, 기능 재편을 통해 사업 체질에 변화를 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배어 있다.

남은 과제는 인사와 조직 개편 이후의 삼성의 경영 행보다. 경영진뿐 아니라 임직원 전체의 몫이다. 삼성 모든 직원이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파격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이 빛을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삼성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사장단 인사는 ‘깜짝 쇼’에 그칠 공산이 크다.

 삼성은 누가 뭐라해도 대한민국 기업을 대표한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도 인사와 투자 등 삼성의 행보를 눈여겨본다. 이제부터 시작하는 삼성의 시험이 성공적인 모델로 가야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