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콘텐츠 기술과 융합콘텐츠

[콘텐츠포럼] 콘텐츠 기술과 융합콘텐츠

 ‘가상현실기술의 고도화’라는 과제가 지난해 미국 공학한림원에서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도전 14가지’의 미래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가상 기술은 의료분야에서 정맥주사를 위한 시뮬레이션 콘텐츠에 적용되는 등 수년 전부터 다양한 방면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로 인식돼 오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산업과 접목해 새로운 산업에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비용 부담, 적용의 어려움, 사업성 문제 등 여러 이유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상현실기술 같이 콘텐츠 산업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기술이 다른 산업에 적용되면서 새로운 산업 모델이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하다. 하지만 콘텐츠 관련 기술은 현장과 접목 측면에서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관련 기업 및 산업의 내수시장 규모가 영세하고, 다른 산업 분야와 접목에서 인식이 부족한 것 등이 원인이다.

 콘텐츠 산업에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일으키는 기업 수가 전체 3800여 기업 중 129개 기업에 불과하고, 가장 매출규모가 큰 기업이 포털사업자인 NHN이지만, 이의 매출 역시 6000억원 내외로 해외 기업과 비교할 때 규모의 경제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처럼 국내 콘텐츠 기업의 영세성으로 인해 고객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다양한 융합 환경에 적응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해 선제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콘텐츠 산업의 태생이 정보기술 발전에 기인된바, 콘텐츠 산업 내부적으로도 정보기술 영향으로 장르·산업 간 융합에 따른 새로운 에코시스템(가치사슬)이 만들어지고 있다. 즉, 과거 출판·게임·음악·영화 등 장르적 특성에 따라 통합적 구조를 가졌던 가치사슬 구조가 콘텐츠 생산·서비스·소비의 형태로 통합돼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불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망인 미디어의 형태가 IPTV, DMB, 인터넷 방송, 위성방송, 디지털케이블TV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는 반면에 그에 따른 정부의 정책 혼선이 아직까지 논란의 정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영화관에서 소비하는 것만이 영화콘텐츠가 아닐진대, 아직까지 장르적 특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 지향적 산업 논리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콘텐츠 산업을 국가적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키워나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임과 의료산업이 융합돼 기능성 게임이 만들어지는 등 콘텐츠 장르 간 융합을 거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가상현실 기술이 박물관과 접목돼 가상 박물관이 생겨나고, 문화재 복원 및 탐방의 가상화, 디자인 분야 활용, 제품 조립 및 작업 공정에 배치돼 활용된다. 실사영상, 애니메이션, 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학습자료를 기반으로 한 u러닝산업의 등장 등 콘텐츠 기술의 타 산업 적용 및 융합과 활용을 통한 부가가치 증대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새로운 것은 없다.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서비스를 새로이 디자인해 자사의 강점을 부가,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의 전략도 유용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변화를 감지하는 시스템, 콘텐츠 산업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 그러한 변화를 즉시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개발 방법론 등의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제는 문화적 요소의 체화에 따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콘텐츠뿐만 아니라 새로운 융합형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또 다른 콘텐츠 산업의 도약 기회를 준비해야 할 때다.

 권택민/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tmkwon@gd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