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지털TV 전환 연기 놓고 찬반대립 심화

 내달 17일로 예정된 미국 디지털TV 방송 전면 전환을 두고 의회와 새 정부, 업계 등이 ‘시점연기’와 ‘강행’ 사이에서 엇갈린 입장을 보이며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9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상당수 가구의 셋톱박스 도입미비와 보조금 고갈 등을 이유로 디지털 전환 시점을 미루자는 오바마 차기 정부와 민주당의 입장이 공화당과 산업계의 반대에 부딪치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차기 정부가 지난 8일 디지털 전환의 연기를 의회에 요청한 뒤 곧바로 민주당 존 록펠러 상원의원이 해당 시기를 6월 12일로 연기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안했지만 공화당 상원이 이를 거절했다. 전환 연기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록펠러 의원은 “이번 디지털 전환이 빈민·노년·장애인, 그리고 언어장벽을 가진 사람 등과 같은 취약계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며 이번 주중 법안을 다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혀 양당간 대립이 재연될 조짐이다.

 퇴임을 앞둔 케빈 마틴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도 지난주 C-SPAN과 인터뷰에서 두가지 방안 모두 절반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사안의 불투명한 전망을 확인시켰다.

 의회 밖에서도 입장차는 분명해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시기의 연기를 요구하는 소비자연합의 크리스 머레이 선임 변호사는 “수백만 명의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 방송전환 문제에 의회가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행보를 환영했다. 또 존 매케인 전 공화당 대선후보, AT&T 등도 연기하는 쪽에 동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가전제품협회와 버라이즌 등은 시기를 늦출 경우 발생할 혼란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고 유에스에이(USA) 투데이가 전했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한시적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등 두가지 방식을 동시 제공할 계획을 세웠던 지역 방송국들도 연기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해 강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