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엔 ‘전자’ 외엔 ‘후자’만 있다”는 말이 있다. 삼성전자만큼 대접받는 전자 관계사가 없다는 얘기다. 이번 인사엔 달랐다. 삼성SDI는 지난해 부사장 1명, 전무 2명, 상무 2명의 승진자를 배출했으나 올해 전무 3명, 상무 4명이 나왔다. 삼성전기도 지난해 5명의 상무 승진자에서 올해 전무 2명, 상무 4명을 각각 승진시켰다.
특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삼성코닝정밀유리의 인사에 눈길이 간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그룹 내 신규사업 해결사인 강호문 사장을 투입했으며, 4명의 전무와 5명의 상무를 승진 배치했다. 부사장급 보직이 최소 1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출발부터 웬만한 전자소그룹 내 관계사와 맞먹는 규모다. 더욱이 전무 승진자 가운데 옛 비서실 출신의 유의진 전무와 송백규 전무를 포진했다. 출발부터 탄탄한 입지를 예약했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본격적으로 키워 향후 이재용 시대를 대비해 신규 사업을 착실히 키우려는 뜻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한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삼성코닝정밀유리도 과거와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LCD 유리기판이라는 단순한 사업구조에도 불구하고 박원규 전무가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전무로 발탁됐다. 창사 15년 만에 주요 관계사의 지위를 인정받은 셈이다.
전자소그룹 계열사에 근무 중인 이건희 전 회장 가족들의 승진도 눈길을 끌었다. ‘서열’을 따지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둘째 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첫째 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가 이번 승진서 누락됐지만 둘째 사위이자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의 차남인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는 만 40세에 전무로 발탁 승진했다. 삼성 측은 “승진 연한을 고려한 것일뿐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