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슈퍼컴의 매직파워](https://img.etnews.com/photonews/0901/090120052343_2015683422_b.jpg)
올해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에 들어온 지 15년이 된다. 오로지 슈퍼컴퓨터만 바라보며 산 지 10년 하고도 절반.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언제나 ‘즐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슈퍼컴이야말로 슈퍼맨의 매직파워처럼 무한한 힘을 가진 신비로운 존재다.
슈퍼컴은 R&D가 필요한 모든 분야의 연구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주는 매직파워를 가지고 있다. 우주진화 증명이나 입자물리연구와 같은 기초연구는 거대한 실험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야 하며 엄청나게 많은 계산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슈퍼컴 없이는 연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초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컴퓨터, 냉장고, 에어컨, TV 같은 가전제품에서부터 자동차나 비행기, 재테크에 활용되는 금융상품 그리고 지난해 불에 타 사라진 국보 1호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다. R&D 필수장비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슈퍼컴은 혼자 성장하지 않는다. 겉보기엔 단일 연구 장비지만 슈퍼컴이 되려면 CPU, 네트워크, 데이터 저장장치, 응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등 수백만가지 부품과 기술 또한 최고여야 한다. 이 때문에 슈퍼컴퓨팅 기술 발전은 관련 R&D까지 함께 동반 상승시켜 상당한 산업적 파급효과를 낳게 되는데, 현재 우리나라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IT 강국이 된 데에도 슈퍼컴퓨터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IMF 구제금융 때보다 경제상황이 더 나쁘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영화 속 ‘슈퍼맨’처럼 슈퍼컴퓨터가 일시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슈퍼컴 슈퍼파워는 보다 더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뭔가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밤늦은 퇴근 시간이 즐거울 수 있다.
홍정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본부 기반기술개발실 선임연구원 jwhong@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