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규제개혁 및 법제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방송의 산업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20일 방통위는 규제개혁 및 법제선진화 특별위원회(이하 규제개혁특위) 위원 10명을 위촉한 뒤 제1차 회의를 열었으나 논쟁거리인 한나라당의 미디어산업법(안)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이 분출해 방송계의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박명환·이영삼 위원이 한나라당 미디어발전특별위원회에서 발의한 미디어산업법안의 시대적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박명환 위원(법무법인 비전인터내셔널 대표변호사)은 “이미 우리 문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타임 워너, 월트 디즈니 등은 다양한 이종 미디어 사업의 겸영이나 지분 소유를 통해 복합미디어사업을 영위해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삼 변호사도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실탄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그러한 배경에서 국내 미디어 산업의 자본 확충을 바라볼 필요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조성국 위원(중앙대 법과대 교수)도 “우리나라 방송 분야 규제 제도는 미디어 간 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발상의 전환을 통한 획기적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 미디어 산업을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많은 위원들이 “대기업 및 신문 자본이 방송에 투입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자사에 유리한 편파보도를 양산할 것이라는 주장은 다매체, 다채널화된 현재의 미디어 환경과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을 보장하는 방송법상의 사후 규제를 무시하고, 국제화된 방송시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송 시장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방통위가 전했다.
방통위 규제개혁특위(위원장 형태근)는 앞으로 1년 동안 규제 관련 업무에 정책적 제언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첫 회의부터 방송계와 시민단체의 참여를 배제한 가운데 정부 여당의 일방향 정책방안을 옹호하는 회의 결과를 내놓아 새로운 쟁점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또 법무법인 김앤장, 세종 등 방통위를 상대로 각 사업자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변호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형태근 규제개혁특위 위원장은 이와 관련, “변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미디어시장은 1만달러 소득 수준과 아날로그 논리의 법체계로는 미리 대응할 수 없다”면서 “자본의 규모에 따라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신문과 방송을 나누는 경직된 규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본을 활용해 죽어가는 1000개 중소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CP(콘텐츠제공사업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규제개혁과 시장 친화적 정책 의지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