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상생을 통한 진흥](https://img.etnews.com/photonews/0901/200901200271_20043220_1053106407_l.jpg)
2009년 한 해 인터넷 업계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상생’을 통한 ‘진흥’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하는 말이기에 상생이란 이 단어가 다소 구태의연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상생을 남에 대한 배려 정도로 생각한다면 더욱더 이해하기 어렵다. 상생은 이를 넘어 자신이 살기 위한 생존방법이다.
지금껏 인터넷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는 네트워크대로 콘텐츠는 콘텐츠대로, 그리고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이른바 자기 영역 개발에 몰두해 왔다. 그리고 자기 영역의 발전이나 수익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영역의 문제를 탓해 왔다. 뉴스, 저작권, 무선 인터넷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뉴스 콘텐츠를 제작하는 언론사는 기사의 연성화 문제를 포털 등 서비스 사업자 탓으로 돌렸고, 포털은 이용자를 위해 좋은 기사를 제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저작권자는 과거 보상에 얽매여 소송과 단속 위주로 대처해 왔고, 서비스 사업자는 미래지향적인 수익 구조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업자 또한 망을 적극 개방해 유무선 사업을 활성화하기보다는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자신만의 수익을 노렸다.
인터넷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변하고 있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고 유무선이 통합되는 환경은 결코 닫힌 구조를 원하지 않는다. 콘텐츠와 서비스의 성패 또한 네트워크 고도화와 맞물려 있다. 따라서 콘텐츠·서비스·네트워크 시스템이 서로 열려 있어야 최상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며, 서로 못 믿고 으르렁거리거나 폐쇄적 수익에 얽매이는 순간 그 모든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2009년 들어 조금씩 변화 조짐이 보인다. 서비스 사업자들이 뉴스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다양한 오픈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고, 국회에서는 언론중재법이 통과됨으로써 뉴스로 인한 피해에 포털이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도 열렸다. 저작권자와 웹하드 업체가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모델이 모색됨으로써 저작권 문제도 하나 둘씩 해소될 기미가 보인다. 그리고 휴대폰 단말기 시장이 개방됨으로써 오픈 모바일이 점차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상생의 시작에 불과하다. 상생의 첫 단추가 자연스럽게 진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당성과 권위를 가진 중개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상생을 발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과정에서 특정 시장 주체가 주도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바로 이 영역은 정부가 책임져 줘야 할 몫이다.
다른 무엇보다 정부는 콘텐츠·서비스·네트워크 세 영역이 서로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이고 법적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첫째, 콘텐츠·서비스·네트워크라는 3분류에 입각한 수평적 규제 원칙을 법에 담아 각 영역의 지위와 의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둘째, 각 영역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만약 시장이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부가 시장이 원하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장은 불필요한 간섭이 아니라 시장이 시장답도록 만들어 주는 중개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 hur@kinterne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