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 선언 배경과 전망

예상보다 빠른 KT와 KTF간 합병 선언은 통신 시장에 일대 변혁을 초래할 ‘신호탄’ 그 자체다. KT와 KTF 합병은 이전 한국통신프리텔(현 KTF)의 한솔PCS 합병과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SKT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합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통신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선시장 지배적 사업자 SKT가 KT·KTF 합병 선언 이전부터 반대 논리를 설파하는 것만으로도 충격파가 어느 정도인지 예상 가능한 대목이다.

◇합병 선언 앞당긴 배경은=이 사장이 후보 시절 경영디자인 TF를 통해 합병에 대한 당위성을 보고받은 이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을 지시, 합병 작업에 속도를 냈다는 후문이다. KT는 KTF와의 합병이후 유무선을 통합하는 등 컨버전스 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 기업 경쟁력을 배가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한 투자 확대에 이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표현명 KT 코퍼레이트센터장은 “합병KT는 지속적인 경영혁신과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고객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컨버전스 서비스 발굴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反KT 진영 필수설비 분리 문제 집중 ‘부각’=KT와 KTF 합병 선언 이전부터 달아오른 합병 반대론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SKT와 SK브로드밴드 등 SK그룹 계열은 물론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그룹 계열도 반대론에 가세했다. 초고속인터넷(44%)과 유선전화 (90%) 분야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가 이동전화(31.5%) 2위 사업자 KTF를 합병할 경우 유선부문 시장 지배력이 무선시장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게 반KT 진영의 공통된 인식이자 우려감이다.

반KT진영은 사실상 유선시장 독점적 사업자인 KT와 무선 2위 사업자 KTF의 합병이 국내 통신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경쟁제한적인 형태로, 향후 통신산업 발전 및 소비자 편익 증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유무선 통신사업자 가운데 유일하게 인프라 구축 필수 설비인 전주와 관로 등을 독점하고 있는 KT가 KTF 합병하면 시장 지배력은 유·무선 통신시장은 물론 IPTV, 인터넷전화 등 컨버전스 시장으로까지 확산, 고착화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야기될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는 투자 의욕 감퇴 및 요금 인하 여력을 소진시켜 궁극적으로 이용자 후생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통합을 막을 수 없다면 이의 전제조건으로 필수설비인 시내망 분리를 집중적으로 제기, 소기의 성과를 얻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이와 관련, 이석채 사장은 “KT 시내망 등 필수 설비에 대해 독점이라고 주장하는 데 도대체 무엇이 독점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쟁사업자의 필수설비 분리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이 사장은 합병 이후 인력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비용절감을 통해 신규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시장 빅뱅 ‘신호탄’=‘통합KT’ 출범은 LG데이콤의 LG파워콤 합병, SKT의 SK브로드밴드 합병 추진이 잇따르는 등 새로운 통신 ‘빅뱅’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LG데이콤과 LG파워콤 합병은 기정사실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LG데이콤과 LG파워콤 안팎에서는 상반기를 목표로 합병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LG데이콤과 LG파워콤 합병에도 불구하고 ‘통합KT’에 비해 경쟁력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궁극적으로 LGT를 포함한 LG그룹 통신 계열사 간 통합이 예상보다 빨리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통합KT’와 마찬가지로 SKT·SK브로드밴드 간 합병으로 매출을 늘리고 유무선 통합 서비스 등을 활용해 시너지 창출을 위한 시도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무선 통합 등 급변하는 시장에서 ‘통합KT’와 경쟁하려면 SKT와 SK브로드밴드로 이원화된 현재의 구조로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SK네트웍스와 SK텔링크를 포함한 범 SK그룹 계열 통신사업자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