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KTF 합병인가 신청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가운데 합병에 따른 경쟁제한여부를 심사할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상 승인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공정위 판단이 합병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시장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는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고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등 친 기업적인 행보를 보였다. 기업결합 심사시 글로벌 경쟁과 동태적 시장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공정위 입장변화는 KT·KTF 합병에도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방통위는 KT가 제출한 합병인가 신청서를 최대 90일 이내 심의·의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공정위의 의견을 청취한다.
공정위는 일반적으로 계열사간 합병 심사의 경우 실무국에서 경쟁제한성을 검토하는 간이심사를 한다. KT의 경우 KTF가 자회사이기 때문에 간이심사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KT·KTF 합병처럼 통신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경우 전원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려 심사하는 실질심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SKT 등 합병 반대측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공정위가 실질심사로 할지 간이심사 형식으로 할지 여부에 따라 합병 인가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공정위의 고위관계자는 “아직 방통위 요청을 받지 않아 어떤 심사를 할지는 검토한 바 없다”며 “계열기업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간이심사 대상이지만 워낙 쟁점이 많은 사항이라 충분히 검토한 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실질심사를 하돼 KT가 독점하고 있는 시내망 분리, 사업부문별 시장 점유율 제한, 방송등 신규사업진출 제한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합병 인가 의견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예전 정부가 KT가 KTF를 분사토록 한 것은 유선에서 무선으로의 지배력 전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정부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는 비판은 공정위로서는 큰 부담이다. KT가 유선 사업자로서 그 당시에 비해 시장 지배력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규제완화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병인가에 대해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KT도 시내망 분리의 경우 KT 전체 매출에서 유선전화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가운데 시내망이 상당한 비중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경쟁사의 요구는 무리하다고 반발하고 있어 공정위가 어떤 카드를 꺼내 놓을지 주목을 끌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