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소니 `구겨진 자존심`

인텔·소니 `구겨진 자존심`

 세계 경기침체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주요 IT·가전업체들이 감원에 이어 대규모 공장 구조조정안을 내놓는 등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대규모 공장 구조조정안을 내놓았으며, 지난해 1만6000명 감원계획을 발표했던 소니도 22일 일본 내 TV 공장 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은 올 1분기 21년만의 분기 적자를 예상했으며, 소니도 14년 만에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텔, 5개 공장 폐쇄=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21일(현지시각) 인텔이 구형 생산 시설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생산 공장 5개를 폐쇄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을 닫을 것으로 지목된 공장엔 인텔의 전체 인력 중 6%에 달하는 5000∼6000명이 근무한다. 인텔은 올해 안에 해당 인원 대부분을 감원하고, 일부는 순환 배치할 예정이다.

 폐쇄될 공장은 미국, 아시아의 구형 시설에 집중됐다.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반도체 생산 라인인 D2 공장, 미국의 오리건주에 있는 구형 200㎜ 웨이퍼 가공시설이 2월부로 문을 닫는다. 산타클라라는 실리콘밸리가 입주한 도시로 D2 공장은 실리콘밸리의 간판 기업인 인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곳이다.

 말레이시아, 필리핀에 위치한 3개의 조립 테스트 공장도 올해안에 폐쇄될 예정이다. 필리핀 공장은 인텔이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한 아시아 주요 생산 거점 중 하나로 현재 3000여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인텔은 최신 공정인 45·32나노미터 제조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오래된 생산 시설을 통합·조정한다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연간 10억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분기 1년 전보다 90% 가까이 줄어든 2억3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는 인텔의 폴 오텔리니 CEO는 최근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올해 1분기에는 수익 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21년만에 적자를 예고하기도 했다.

 ◇소니, 일본내 TV공장 통폐합=소니는 세계적인 판매부진과 엔고로 오는 3월말의 2008회계년도 결산에서 14년만에 연결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본 내 2개 TV공장을 한 곳으로 통합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 방식으로 국내 정사원의 3% 정도인 2000명 이상을 감원한다.

 소니의 일본 내 TV 공장은 자회사 LCD TV를 생산하는 소니이엠시에스 산하 아이치현 이나자와시 공장과 프로젝터와 업무용 모니터를 생산하는 이치노미야시 공장이 있다. 이번 발표로 이치노미야 공장은 이나자와 공장으로 통합되며, 이치노미야 공장은 물류 거점 등으로 용도 변경된다.

 소니가 국내공장을 통폐합하는 것은 2006년 휴대음악플레이어를 생산해온 사이타마 공장이 생산을 중지한 이후 처음이다.

 소니는 또 개발과 판매 등 전자부문 전체의 슬림화도 단행하는 한편 희망퇴직과 신규채용 억제 등을 통해 2009년도 말까지 국내 정사원을 2000명 이상 감축할 방침이다. 소니는 올봄부터 퇴직금을 할증지급하는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소니는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던 지난 2005년에도 정사원 1만명 감원과 11개 공장 폐쇄를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후 실적 회복으로 2007년도에는 4751억엔의 영업흑자를 냈으나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기후퇴로 다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정훈·차윤주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