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의 유선 영역 침범은 그동안 개인에 국한됐다. 집 전화를 끊고 이동전화만 쓰는 개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삼성증권이 전사적으로 무선통신 환경을 구축하면서 이제 기업에서도 100% 무선 대체의 길이 열렸다.
무선의 유선 대체 현상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확산 속도가 빠르면 통신시장과 업계 재편에도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기업 통신 환경 획기적 변화 불러올 듯=삼성증권은 보안과 안정성이 생명인 회사다. 삼성증권에서 검증되면 삼성 그룹 전체로 도입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스마트폰에 삼성 계열사들이 쓰는 그룹웨어 기능까지 탑재했다. 보안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시스템의 안정성을 인정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욱이 삼성은 국내 기업들의 ‘롤모델’이다. ‘삼성증권→삼성그룹→기업시장 확대’라는 그림을 그릴 만하다. 이미 삼성증권 프로젝트를 수주한 KTF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설명회에서 100여개 기업이 관심을 보였다. 기업들이 무선통신 환경의 효용성을 확실히 인식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증권사와 같이 실시간 업무 처리가 중요하고 고객과의 대면 접촉이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내 인터넷전화(VoIP) 사용으로 인한 통신비 절감이라는 덤까지 얻을 수 있다. 삼성증권의 프로젝트는 기업 통신환경의 혁명을 촉발하는 뇌관인 셈이다.
◇통신사업자 경쟁 구도 급격한 변화 예고=이 프로젝트는 KTF와 KT의 합병 시 시너지효과를 앞서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유선사업자인 KT로선 매출 감소를 불러올 무선통신 사무실 환경이 달갑지 않다. 그렇지만 VoIP의 보급 확대로 인해 집전화는 물론이고 사무실 전화에서도 유선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추세다. KT로선 어떤 형태로든 대응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KTF는 상당 부분의 KT의 도움 아래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KTF와 합병을 추진하는 KT로선 그간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더욱 능동적으로 접근하겠다는 태도 변화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KT가 최근 인터넷전화사업에 적극적인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증권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SK텔레콤도 옴니아폰에 무선랜(와이파이) 솔루션을 탑재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가세한다면 시장 확대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유선과 무선으로 구분됐던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구도가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