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MVNO와 고용창출을 생각하며

[ET단상]MVNO와 고용창출을 생각하며

 연일 추운 나날이 계속된다. 올겨울은 경제불황이 겹친 탓인지 날씨마저 예사롭지 않다. 겨울 날씨만큼이나 경제불황은 서민 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봄은 오겠지만 또 얼마나 많은 청년 실업자가 쏟아질지 모르는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대통령이 비상경제상황실을 몸소 꾸려가고 있다니 반갑다. 정부뿐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는 불황 극복을 위해 협력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이동통신 재판매를 준비하는 통신인으로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제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둬 정책목표에 일조하길 간절히 바란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고용문제 해결만큼 시급한 일도 없다. MVNO제도가 통신비 인하와 직결되는 사안이기는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도를 잘 만들어 후발사업자들의 진입 의욕을 높이면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어 통신비 인하와 더불어 고용창출 효과도 상당하다.

 요금 인하와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 이동통신 재판매의 사업성은 망임대 대가를 적절한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 그간 일관된 정부의 통신정책 흐름에 부합하게 일정 기간 후발사업자를 육성하여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도매대가 산정을 기존 이동통신사에만 맡기지 말고 적절히 규제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동통신시장에 진입할 사업자는 거의 없을 것이고 우리가 기대하는 바도 불가능할 것이다.

 최근 영국의 방송통신위원회격인 오프콤이 오픈리치 보고서에서 “강력한 도매규제가 오히려 설비투자를 유도하고 시장경쟁을 활성화해 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규제기관 주도하에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한 제한을 둬 강력하게 관리하면서도 소매시장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해 통신비 인하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가 일정 기간 도매대가를 규제하는 MVNO제도를 도입하면 대략 15개 MVNO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유선전화, 금융권, 미디어, 자동차산업 등 산업별 중견사업자가 새로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적절한 도매대가가 보장된다는 조건에서다. 실효성 있는 제도만 잘 만들면 설비 등 약 2조원의 투자가 발생하고 3만여명의 직접고용을 유발할 것이다. 후발사업자의 수요 증가에 따라 연계산업인 중소제조부품, 모바일콘텐츠, 유통 산업을 일으켜 산업별 고용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 더구나 해외사례에서처럼 건설, 교육, 교통, 행정, 금융 등의 산업분야와 통신(MVNO)의 결합으로 IT융복합산업의 출현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MVNO를 활용해서 수만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도매대가 문제가 후발사업자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월 임시국회에 MVNO제도가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한다고 한다. 다행히 도매대가 규제의 필요성을 인식한 국회에서 별도의 실효성 있는 MVNO 의원입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MVNO제도 도입을 기대해 본다.

 

 권황섭

 한국MVNO사업협의회장

 benedict1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