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가 힘을 합치면 소비자들과 온라인 광고주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1년 전 스티브 발머 MS CEO가 당시 야후 CEO였던 제리양에게 보냈던 서한의 골자다. 그리고 1년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당초 MS가 야후에게 제시했던 인수가는 주당 31달러였다. 현재 야후 주가는 주당 11달러다. 인터넷 기업 야후의 아이콘인 제리 양 CEO는 부진한 실적과 MS와의 협상 결렬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대신 캐럴 바츠 전 오토데스크 CEO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포천은 이처럼 달라진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야후가 MS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야후와 MS가 필연적으로 재협상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양사의 실적 발표 이후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터넷 사업을 강화하려는 의지와는 달리 관련 사업부의 실적은 초라했다.
27일(현지시각) 야후는 지난해 4분기 우리 돈으로 4200억원에 달하는 3억34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2억570만달러의 이익을 낸 것과 비교할 때 대폭 악화됐다. 매출도 13억8000만달러(약 1조9100억원)로 2%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던 디스플레이 광고는 2% 감소했다. 검색 광고 매출도 지난 3분기 17% 성장에서 4분기에는 11% 성장에 그쳤다.
MS 역시 5000명 감원과 온라인 광고 관련 부서에서 4억7100만달러(약 652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충격적 소식을 전했다.
◇온라인 사업, “포기 못해”=반면 MS와 야후가 넘어야 할 산인 구글은 승승장구했다. 구글의 4분기 매출은 온라인 광고의 성장으로 18% 상승했다.
구글의 실적에서 입증된 것처럼 야후와 MS도 성장세가 견고한 온라인 검색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야후는 여전히 검색을 비롯한 인터넷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MS도 윈도 운용체계(OS)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만 한다. 이미 지난해 야후는 구글과의 온라인 광고 부문 협력도 모색했지만 반독점 논란에 밀려 수포로 돌아갔다.
야후와 MS가 검색 광고 시장에서 각각 20%, 5%의 점유율에 머물고 있는 동안 최근 구글의 장악력은 75%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온라인 광고주들도 구글의 독주를 막아줄 새로운 경쟁자(야후와 MS의 결합)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마크 머헤니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MS가 온라인 광고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하는 한 야후와의 협상은 늘 유효하다”고 말했다.
◇가능성과 암초들=이같은 월가의 전망을 뒷받침하듯 최근 스티브 발머 MS CEO와 로이 보스톡 야후 이사회 의장이 회동을 가졌다. 캐럴 바츠 신임 야후 CEO 취임 이후 벌써 두 번째다.
역시 관건은 가격이다. 1년 전 MS는 야후 측에 현금 450달러의 인수 가격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또 캐럴 바츠 CEO가 검색 사업부 또는 회사 전체를 매각하는 작업을 주요 임무로 떠맡은 만큼 예상보다 빨리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다만 비록 제리 양이 CE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야후 주요 주주이자 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