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SW 해외 수출, 지금이 적기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901/090128044512_1303475050_b.jpg)
최근 정부가 소프트웨어(SW)산업의 타 산업 파급 효과와 인력 고용효과를 고려해 SW산업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 SW기업에 닥친 환경이 녹록지 않다. SW관련 정부예산은 크게 줄었고, 미국발 금융위기로 제조업과 서비스업계의 IT예산 역시 대폭 축소됐다. 시장에서는 외국계 업체들을 시작으로 감원 바람까지 불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이야말로 국산 SW의 해외 수출 적기라고 생각한다. 우선 우리나라 정부와 대기업이 그동안 주도해온 ‘저가 구매’ 덕분에 SW업계는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조그만 시장에서 여러 업체가 난립,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체질화된 ‘저가경쟁’과 ‘출혈경쟁’은 세계 시장에서 국산 SW의 상대적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체질화된 밤샘과 저가 수주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기침체 속에서 저가제품을 찾고 있는 국가들에 좋은 제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나 ERP는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웹솔루션들도 가격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SW업체들의 손길이 잘 미치지 못하는 동남아, 중동으로의 진출은 지금이 적기다. 미국발 신용위기로 세계적인 SW업체들이 경쟁력 없는 부문을 잘라내고 인력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는 미국에서 구매한 제품의 기술 서비스가 2차 계약자인 인도업체를 거쳐 3차 계약자인 중동 현지업체로 돌아오는 바람에 ‘기술을 전혀 모르는 현지 업체들 때문에 사후 서비스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고객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밤샘 잘하는 한국 기술자들이 지금 중동과 동남아를 평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어쩌면 미국 본토 시장 공략도 지금이 적기인지 모른다.
세계 시장에서 SW를 개발하고 수출할 수 있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중요하다. SW는 사회적인 인프라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기술만 갖추고 있다고 해서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SW인력을 갖춘 인도가 우리나라처럼 워드프로세서, 데이터베이스, ERP, 웹솔루션을 세계 시장에 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처럼 전문분야 SW기술을 갖춘 국가도 있지만, 일본처럼 사회적인 인프라를 갖추고도 SW를 개발하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SW 개발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중국에 떠밀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SW수출에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일본의 기술 앞에 늘 주눅들어 있는 우리가 유일하게 앞서고 있는 분야가 SW다. 그동안 우리 정부기관과 실패한 국내 업체들이 심어은 ‘IT강국 코리아’ 이미지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정보문화진흥원(KADO)의 교육프로그램을 거쳐간 동남아, 중동, 중남미의 IT전문인력이 113개국 2900명에 달한다. 이들을 네트워크로 묶고 또 동남아 진출에 실패한 한국 기업들이 뿌려 놓은 SW 불씨를 적극 되살릴 수 있다면 SW를 통한 국가적인 경제난국 극복도 가능하다. 물론 SW수출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지식재산권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SW품질관리와 문서화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무모한 꿈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지만 꿈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SW수출의 적기다.
최종욱 마크애니 대표이사 juchoi@marka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