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녹색성장기본법 ’성장’에 주목한다

[ET단상]녹색성장기본법 ’성장’에 주목한다

 입법예고된 녹색성장기본법(안)은 친환경기술 및 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삼아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세계를 주도할 신수종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초석이다. 산업계는 이번 법안이 녹색 ‘성장’ 기본법이라 명명됐다며 반기고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자립을 위한 방법론 및 중장기 단계별 목표를 제시한 것은 사회전체가 추구해야 하는 올바른 방향임이 분명하다. 특히 전자정보통신산업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기후변화아시아태평양파트너십(APP), ITU를 포함한 국제기구는 ICT 활용 및 기후변화대응에 관해 연구 중이다. GE·인텔·미쓰비시 등 선진기업은 이미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전자정보통신기업들이 설비 및 기술개발 투자를 늘려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친환경 기술개발 지원, 전문인력 양성 정책을 수립 중이다.

 아쉬운 점은 산업계 현실에 대한 고려 부족이다. 아무리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 환경 규제가 세계적인 추세라고는 하나 지나치게 앞서 가서는 곤란하다. 성장이 예상되는 그린오션을 차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적응속도에 맞춰 규제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 너무 이른 시기에 법으로 강제해 실시하게 되면 오히려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 사용량 등의 보고는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목표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사안임을 인정하지만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에너지효율이용합리화법 및 CSR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발적인 인벤토리 구축 및 감축 노력을 인정해 주고, 향후 추진될 온실가스 감축 역시 업계 자율적인 목표 선정이 필요하다. 안전인증·전력소비측정 등 기존의 많은 제도가 표준이나 기준에 따른 기업의 자체 측정·보고를 인정하고 있으나 이 법에서는 외부기관의 검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온실가스 측정 관련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이 거의 외국계라는 점이다.

 제품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 및 오염물질 등급제도 법제화 역시 시기상조라 볼 수 있다. 이는 서플라이체인에 대한 과도한 데이터 및 증빙이 요구되며, 관련 표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데이터 신뢰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종산업을 넘나드는 복잡한 공급망을 갖는 전자산업 특성상 이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많은 사전연구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

 친환경 제품의 각종 세제 개혁은 친환경제품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나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제품가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와 산업기반의 외국 이전이 우려된다.

 녹색성장기본법인만큼 ‘규제’보다는 ‘성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우리나라 먹거리산업 육성을 위해 내디디는 첫발이 되기를 바란다.

 김성복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무 sbkim@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