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총수출액의 99%, 국내총생산(GDP) 중 30%를 차지한다.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주춧돌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대 나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강국이라는 일본(21%)이나 독일(22.6%)보다도 높다. 그만큼 한국경제는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우리 제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분기 제조업의 전기 대비 성장률은 -12.0%로 3분기의 0.3%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건설업(전기 대비 -2.9%), 도소매·음식숙박업(-5.3%), 운수·창고·통신(-3.3%), 금융보험(0.0%)보다 훨씬 심각하다.
제조업의 고용상황도 악화 국면이다. 작년 12월 말 제조업 취업자는 402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만9000명) 감소해 2005년 11월(-2.5%)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율은 작년 8월 -0.8%, 9월 -1.3%, 10월 -1.5%, 11월 -1.4% 등으로 악화되다가 12월에는 더욱 추락했다. 연평균 제조업취업자는 2004년에 429만명이었으나 이후 계속 감소해 올해 1분기에 월별로 400만명 아래로 내려올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최근 부진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영향이 크지만 자체적인 경쟁력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수출을 기술수입으로 나눈 기술무역수지 배율은 한국은 2007년에 0.43배로 일본의 3.49배에 비해 12% 수준에 머물렀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한국의 기술 수출경쟁력이 일본의 10%밖에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멕시코(0.08배), 폴란드(0.24배) 외에는 없었다. 미국 2.12배, 영국 1.97배, 프랑스 1.60배, 캐나다 1.76배 등 대부분이 한국보다 높았다.
우리나라가 주춤한 사이 전 세계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44대 대통령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는 재임기간 중 제조업 재건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이 다시 제조업에 주목한 것은 미국이 위기에 빠진 진정한 이유는 금융자본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금융을 떠받치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져서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의 제조업이 튼튼했더라면 경제위기가 이처럼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제조업이 없는 금융산업은 모래 위에 쌓은 누각에 불과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제조업 성장률 하락과 이에 따른 고용 상황 악화는 어렵게 경쟁력을 키워온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외에 별 다른 대안산업이 없으며, 경제의 주춧돌이기에 제조업을 버릴 수 없다.
제조업이 견실하면 경제위기 극복이 훨씬 쉽다는 점에서 제조업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인 제조업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제조기반 기술의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산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체계적인 제조업 성장전략과 함께 이를 차질없이 수행할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