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위치 시장점유율 70∼80%의 독보적 1위를 고수하는 시스코가 막강한 경쟁자의 출현에 긴장하고 있다.
라우터 시장에서만 경쟁하던 주니퍼가 스위치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고, 강력한 파트너였던 HP도 독자 행보에 나섰다. 1위 자리까지 위협받지는 않겠지만, 만만찮은 경쟁자의 등장에 일정 수준 이상의 출혈은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주니퍼의 기업용 시장 ‘약진’=주니퍼는 최근 대형 포털에 스위치 ‘EX4200’을 공급했다. 지난해 여름 코어라우터인 MX960을 L3스위치 용도로 공급하기는 했지만, 스위치 전용장비를 공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몇 십대 규모 공급에 불과하지만, 주니퍼에게는 국내에서 트래픽이 많은 포털사이트에 스위치를 공급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공급으로 자신감을 얻은 주니퍼는 올해를 국내 스위치 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특히 1사분기 출시 예정인 랜스위치 EX8208이 출시되면 카탈리스트, 넥서스 등의 시스코 스위치 제품군과 성능과 가격면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HP의 독자적인 행보=HP는 최근 ‘프로커브’ 브랜드로 출시되는 자사의 스위치 제품군을 국내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커브 제품군에는 코어스위치부터 광역·근거리(WAN·LAN) 엣지 스위치는 물론 보안, 관리 솔루션까지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무선랜 전문업체인 콜루브리스를 인수, 네트워크 제품 포트폴리오에 무선을 추가했다. 새로운 조직개편에서 네트워크솔루션그룹(NSG)라는 별도의 네트워크팀도 구성했다.
칼리 피오리나 전 회장 재임시에 시스코와 체결한 전략적 제휴가 지난해 10월로 종료된데 따른 변화의 일환이다.
시스코의 골드파트너인 HP가 주요 프로젝트에서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지만, 중소기업(SMB) 등 특정 시장에서는 프로커브 제품판매를 늘려갈 예정이다. 이미 데이터센터의 파워오브이더넷(PoE) 스위치는 모두 자사 제품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HP를 통해 발생하던 시스코의 매출이 일정 부분 감소하는 것은 물론 일부 시장에서는 직접 경쟁도 불가피하다.
이언종 HP 서비스본부 네트워크솔루션사업부 이사는 “프로커브 스위치는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한 제품”이라며 “아시아지역에서는 4위에 불과하지만,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