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케어스(Cable Cares:케이블이 돌본다).’
지난해 5월 케이블방송과 통신시장을 조망하는 미국 최대 규모 박람회(NCTA)는 이 같은 슬로건을 내걸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장 지형의 변화 속에서 케이블TV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로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태풍 카트리나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뉴올리언스에서 행사를 개최한 것도 방송을 통한 전달 매체(media)로서의 기능을 넘어서 지역사회를 직접적으로 보살피는 지역 밀착사업자로서 케이블TV의 역할을 돋보이게 하는 배려라 여겨졌다. NCTA는 오래전부터 200만달러를 들여 AIDS 예방 운동이나 도서관 건립 등 교육 사업을 벌여왔다. 행사 기간 동안 진행된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12억원에 달하는 뉴올리언스 재건 기금을 마련했다.
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ISO 26000 적용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mpany Social Responsibility)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고, 고객 인식을 개선시켜주는 사회공헌사업은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측면에서도 이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케이블 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지난 1995년 출범 이후 케이블 업계는 방송을 통한 지역의 고유 문화 창달에 힘쓰는 한편 주변 이웃들과 함께 호흡하고 어려움을 나누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복지단체나 관공서와 협력한 모금방송과 지역채널을 활용한 공익 캠페인, 다채로운 문화 공연 등을 진행해온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모두 ‘지역 밀착’이라는 케이블TV만의 장점이 잘 녹아든 사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규모와 재원이 부족하고 전문적인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케이블TV 사업자의 사회공헌 활동은 노력만큼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케이블TV업계의 사회공헌활동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이 케이블TV회사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구성원’으로서 인식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기대 이상의 호응에 임직원들의 사회공헌 활동 참여 빈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도 생겨났다.
사회공헌 사업은 단순히 예산이나, 참여하는 임직원 수가 많다고 해서 지역사회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지원하는지(what)’가 아닌 ‘지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을 어떻게(how) 지원하는지’에 관한 고민으로 고객 지향의 지역맞춤형 사회공헌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여전히 많은 소외된 이웃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소중한 나눔의 가치를 전파하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강화돼야 한다.
케이블 업계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역민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이제는 단순히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업적 관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지역 기반의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해 지역사회와 희로애락을 함께 나눔으로써 케이블TV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이사 dsbyun@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