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재생된 중고 휴대폰을 무료로 제공하는 캠페인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사업자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캠페인은 지난해 10월 27일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중고 휴대폰 이용 신청자가 1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27일 기준으로 중고 휴대폰을 이용한 기초생활수급자는 SK텔레콤 35명, KTF 42명, LG텔레콤 30명에 그쳤다. 중고 휴대폰을 재활용함으로써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을 막고 저소득층의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초기의 캠페인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2∼3년 전에 출시된 구형 모델 선호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의 중고 휴대폰 거부감도 상당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번호이동과 약정가입으로 최신 모델 휴대폰을 사실상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고 휴대폰을 신청할 필요성이 있겠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읍·면·동 자치센터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를 발급받은 이후 이동통신사 직영점에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절차상의 복잡함도 중고 휴대폰 이용 신청자가 극소수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손꼽힌다.
중고 휴대폰 무료 제공 캠페인은 당초 시작부터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평가가 팽배했다. 이 같은 우려가 3개월 만에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등은 중고 휴대폰 이용 신청자가 저조한 것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고폰 이용자가 제기할 수 있는 휴대폰 품질 불만 가능성에 우려감을 표시한다. 당초 사회적 약자 지원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자칫 이용자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적잖은 중고 휴대폰 재생 비용과 AS 부담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중고 휴대폰 무료 제공 대상이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되고 오는 6월 말까지 기존 신규 가입자에 이어 기존 번호를 사용하며 단말기만 교체하는 ‘기기변경’ 이용자로 중고 휴대폰 제공 범위가 늘어난다. 이동통신 3사는 이에 맞춰 이달부터 캠페인 취지와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한편 중고 휴대폰 AS 체계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조치가 중고 휴대폰 무료 제공 캠페인의 인지도 제고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되나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 중고폰 보급보다 요금제로 혜택을 주고 중고폰을 저개발국에 수출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