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이후 지구촌은 온실가스 배출과 함께 성장해 왔다. 지금까지 경제적 풍요로움을 향유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은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배출했다. 개발도상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할 차례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름다운 별, 지구는 종말을 앞두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스턴 보고서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일정수준으로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비용이 소요되고, 저탄소 제품시장은 2050년까지 매년 최소 5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라는 이슈의 등장으로 지구촌 경제 패러다임은 1970∼1980년대 공업경제 시대에서 1990년대 IT경제 시대를 거쳐 이제 녹색경제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녹색성장 비전을 발표한 이후 각 부처는 녹색성장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개발에 한창이다. 각계각층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등 국가비전 및 어젠다로 자리 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녹색성장을 빌미로 정책영역 확보를 위한 부처이기주의 등장과 종합조정 메커니즘의 부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일이다. 녹색성장전략, 신성장동력개발전략, 기후변화대응전략 계획들이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이고 각 계획 간 중복으로 인해 정책추진 과정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녹색성장 비전을 수립하고 추진 동력을 모으는 초기단계기 때문에 정책적 의지에 비해 성과목표 관리에 소홀할 여지도 있으며, 그만큼 낭비적인 요소가 가미될 가능성이 크다. 부처 간 조정 및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기능 확립이 필요하다.
녹색성장비전의 성패여부는 기술개발에 달려 있다. 기존 기술의 개량이 아니라 기존 제품 및 서비스의 효율을 10배 이상 높일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의 국가 R&D시스템으로는 고위험의 혁신적 기술개발이 쉽지 않다. 녹색기술 분야의 고위험 고수익 창출형 R&D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는 중장기 대형 기초원천 R&D 사업과 같은 새로운 R&D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 녹색경제패러다임 변화에 맞는 사회시스템 진화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시민의식 및 생활양태의 변화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에도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통해 사회시스템을 변화시켰고, 1980년대 민주화를 통해 사회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면, 21세기는 녹색시민 의식을 제고시킴으로써 선진화된 시민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문제는 민간시장기능에 의존한 경제시스템이 불완전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민간시장과 정부 역할의 변화가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과거보다 정부의 역할이 보다 강화되고, 지구 시민으로서의 규범적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녹색성장 비전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녹색제품 및 녹색서비스 시장의 선점을 위한 국가선도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 기업과 시민의 역할·규범 등을 새롭게 확립하고, 녹색경제시대 패러다임에 맞는 지속 가능사회 시스템으로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현재호 테크노베이션파트너스 대표 hjh@tenop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