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https://img.etnews.com/photonews/0902/090209062100_1444821727_b.jpg)
스토리는 영화나 게임에서 성공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동안 게임에서는 그래픽 기술이 주도해 왔으나 이제는 스토리의 비중이 훨씬 높다. 가장 잘 쓰인 각본이라는 영화 스타워즈의 예를 들어보자.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는 이야기 전개 도중 여러 번 중요한 결정을 한다. 자기를 길러준 삼촌을 두고 떠나야 하는지, 공주를 구하려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지 등의 결정이다. 영화에서 작가는 주인공 스카이워커 대신 일련의 결정을 대신하게 되고 그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결과를 각본으로 쓰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다. 그러나 스카이워커가 영화가 아닌 게임에 등장한다면 작가에게는 그가 마주칠 세계와 스토리의 전개를 모두 만들어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 기다린다. 주인공 스카이워커는 제국의 추격에서 도망치기 위해 여러 행성을 방황할 수 있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도시와 캐릭터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한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세계는 영화에서의 경험과 다른 경험이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게임 산업의 성장동력이다.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새로운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며 이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영역이다.
이상적인 경우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세부적인 진행은 작가가 구성하지 않는다. 이미 과거에 다른 경험을 한 상태로 새로운 결정을 해야 할 때 게임 이용자의 대처방식도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야기가 진행될 세계를 만들고 이용자가 만나게 될 공간과 캐릭터를 만들어 게임세계에 배치하는 것으로 역할은 끝나며 스토리의 진행은 이용자의 몫이다. 컴퓨터는 이용자의 행동에 반응하며 스토리를 진행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기술은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관객과 함께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또는 가상세계에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현재 알려진 거의 모든 게임은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오늘의 게임 세계는 작가가 묘사할 수 있는 범위의 세계로 한정되고 이용자의 경험도 그만큼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지만 현재로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창작기법에 대한 이해와 이를 구현할 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함께 있어야 한다. 작가는 프로그래밍을 알아야 하고 엔지니어는 각본을 쓸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 두 분야의 장벽은 아주 높다. 융합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함께 모여 활동을 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자신의 세계에 돌아와서 그대로 머문다. 게임과 스토리텔링 분야의 선구자인 크리스 크로포드는 이와 같은 현 상황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버블 지성주의(bubble intellectualism)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학자들이 멋진 이름의 이론으로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고 현실세계에서 그의 이론을 받아들이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이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매력적인 분야고 산업적으로도 많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과 공학을 함께 이해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인재가 키워지기만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여유는 없다. 작가는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엔지니어는 글쓰기 연습을 해서라도 우리 앞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야만 우리의 미래가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먹는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이만재 ETRI 연구위원 manjai@etri.re.kr